한 달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1)

아이의 증상을 찾아가며

by 명하

교수님은 준이의 외모를 딱 보더니 증후군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전혀 몰랐다. 물론 준이의 콩알 같은 코, 슬금 올라간 인중, 동그란 눈두덩까지 우리의 눈에는 하나하나 귀여워서 그랬겠지만.


교수님이 레지던트와 중얼거리는 말이 귀에 꽂혔다. ‘OOO처럼 보여. 그렇지?’ 레지던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OOO가 틀림없어.’ 정도로 확신을 갖고 말씀하셨던 것 같지만, 내 기억이 확실치 않다. 앞의 OOO에 들어갈 단어를 기억하는데 온 신경을 다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교수님은 그 단어가 무엇인지는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고, 다음 진찰 때 정답을 알려줄 것처럼 말했다. 왠지 우리는 더 물어보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나왔다.




막상 집에 와서는 더 자세히 물어보지 못한 그 단어가 무엇인지 머리를 굴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뭔가 된소리가 있었고, 끝은 스나 즈로 끝난 것 같아. 메리 포핀스? 스티븐 호킹? 뭐 이런 느낌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우리는 토론을 하며 검색을 했다. 그러다 처제가 찾아냈는데, 피트 홉킨스였다.


피트 홉킨스 증후군을 찾아 읽어 보니, 영락없이 우리 준이와 같은 내용이었다. 마치 오늘의 운세를 볼 때처럼, 누구에게나 당연스레 맞을 것 같은 내용들이 있어서 그걸 보고 우리 얘기다 맞장구를 치게 되는, 그런 종류의 착각은 아닐까? 이렇게 스스로에게 수십 번을 다시 되물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 흔치 않은 증상들은 준이와 같았다. 그래서 다음 서울대 외래가 오기까지의 6개월의 시간을 우리는 준이를 피트 홉킨스 증후군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피트 홉킨스 증후군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은 자료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외국어 홈페이지까지 통틀어서 검색을 하면 꽤나 여러 가지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특히 피트 홉킨스 증후군 환아들이 모여 있는 모임 사진을 보았는데, 거기 있는 아이들은 준이와 참 닮은 것 같기도 했고, 전혀 닮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내 마음가짐에 따라서 달리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며칠을 피트 홉킨스 증후군에 대해 알아보다가 나는 증후군의 기대 수명에 대해 읽게 되었다. 어떤 학술지에 따르면 피트 홉킨스 증후군 환아의 기대 수명은 20살 안팎이라고 되어 있었다.


복잡한 심경이었다. 나아진 건지, 더 암담한 건지. 이전까지 아이의 검진 데이터에 따라 의심되던 증후군은 기대 수명이 5살이었다. 이제는 20살이니 15년 늘어난 기대치에 대해 기뻐해야 하나? 5년이건 15년이건, 우리에게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기에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도, 아이를 두고 우리가 먼저 갈 일은 없겠구나.


마음을 고쳐먹고 또 고쳐먹어 가며 간신히 그 기대치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다음 외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그게 우리가 앞으로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라 여겼다.


(계속)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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