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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한량 Feb 19. 2024

인스타그램으로 월 100만원 버는 법

두번째 파이프라인

1년 동안 사실상 중단한 채 방치한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
3년 동안 팔로워 수 6400명(내 기억으론)까지 만들었던
아까운 계정이었다.

특정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시작한 계정은 월급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한 마니아층을 바탕으로 재고율 제로를 자랑하는 빈티지 음향기기 계정으로 월 백만원 이상 순이익을 책임졌다.



때는 5년 전이다. 갑자기 뭐가 씌었는지 바이닐(LP)에 꽂혀서 턴테이블도 바이닐도 용돈이 생기면 아끼지 않고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좋아하는 모델들은 이미 오래전에 단종되어, 빈티지 아이템으로 생존해 있던 제품들이었다.

그러던 중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문매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심지어 원하는 모델까지 다양하게 업로드되어 판매하고 있었다.

구매를 원하는 건 당연지사다.
내 용돈으론 어림도 없는 가격에 많이 놀랐던 듯하다.
찾아보니 마땅히 구매할 길도 없는 아이템이었다.
빈티지가 다들 그렇다

해외에서 구매하는 방법도 있었으나, 제대로 된 제품인지 확신이 없었고 수리가 필요하면 수리할 곳도 모르는 나로서는 쓰레기통에 방치될 운명에 취했을 거라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도 할 수 있을 듯했다. 취미로 생성된 기기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있었다.

마땅히 경쟁할 판매경로가 없다는 힌트는 확신으로 변해있었다.

이거 나도 가능 하겠는데?​

취미가 또 다른 수익 창출 파이프라인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1. 매입이 가능한 판매처를 확보하기 위해 이리저리 서칭했다
2. 수리를 위한 수리소를 확보해야 했다
3.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을 위한 컨셉이나 사진 등을 확정해야 했다
4. 적정한 매입가와 판매가를 정해야 했다
5. 만일을 대비한 문의 사항 리스트를 만들었다


물건을 매입했다. 대부분 일본이나 미국등에서 괜찮은 제품만 골라 수입했다. 수입통관번호도 부여받고, 통신판매업 사업자도 발급 받았다.


인스타그램 유입을 위해 비지니스계정으로 바꾸고, 광고를 위한 피드를 두고 매달일정 금액을 광고를 위해 투자했다.

이제 모든 준비가 세팅되었다.


하루에 하나씩 업로드하며 판매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너무 잘 팔렸다.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은 벌 수 있었다. 딱히 힘든 일도 아니고, 사진 적당히 찍고 업로드한 뒤 문의하시는 분들께 DM 보내는 게 전부라 많은 시간을 투입할 필요도 없었다.



당시의 유행이 레트로, 빈티지, 복고풍일 때라 판매가 잘 된 덕도 있다.

공중파 방송에서 너도나도 레트로 바람을 타고 관련 콘텐츠들이 제작되어 관련 혜택도 많이 받았다.

유명 가수와 국민 MC는 팀을 이뤄 부케 활동을 시작했다.

이벤트 상품으로 카세트테이프, 화보집, CD 등을 엮어 한정 판매도 진행했다.(당연히 완판되었다)


판매되는 기간동안 사진촬영 기술과 편집능력도 늘었다.

입고대상도 소형사이즈에서 대형사이즈까지 대담하게 키워나갔다.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을 하고 싶다는 분, 방송 또는 CF 등을 위해 대여 문의도 왔고, 잡지 배경을 위한 매입도 몇 차례나 DM으로 받았다. 대부분 거절했지만 약간 아쉽긴 했다. 4~5개 매입해서 2~3일에 하나씩 판매하는 시스템이라 재고도 없을뿐더러 집에서 촬영/판매/배송을 하기에 오프라인 매장은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나름 나의 계정을 통한 구매는 꾸준히 유지되었고, 확실한 고객층도 확보되었다. 국내에서는 나름 경쟁자가 별로 없는 인플루언서라고 할 만큼 성장을 시켰다. (압도적인 1위 판매점은 따로 있다)

3년이 지나 4년 차에 접어든 작년이다.

유행은 또 다른 유행을 타고 빈티지 음향 사업은 다시 사양을 길로 접어들었다.

문의 건수는 점차 줄어 들었고, 재고가 며칠 동안 쌓이는 경우가 잦아들었다.

확신이 들었던 건 커뮤니티 사이트 활동도 이전보다 못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다. 이제는 안되는 사업이 된 것이다.

그동안 6천 명이 넘게 팔로워 한 분들이나, 그동안 진행해 온 것들이 아까워 차마 계정을 삭제하진 못하고 1년 동안 방치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들어가 본 계정은 놀랍게도 1년 전과 약 7%만 감소되어 있다. 많은 팔로워수가 유지되고 있었다.

물론 귀찮아서 팔로잉하고 까먹은 분들도 많겠지만, 어쨌든 유지되고 있었다. 좋아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고, 팔로워도 줄었다가 새로운 계정이 추가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많지는 않지만, 구매를 위한 문의도 몇 번 있었다.(알림 때문에 DM은 거의 즉시 답변을 드렸다)



겁도 났지만,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돈이 필요해서 뭐라도 할 수밖에 없었다.

매달 적자가 나기를 몇 개월 동안 반복되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죽어있는 수익창출 파이프라인을 다시 살릴 수 있을지 아직 모르지만, 2월 15일 드디어 재오픈을 한다.

오늘 스토리를 통해 공지도 띄었다. 약 100여 명 보던 스토리는 오늘 올린 공지에 400명 이상이 몰렸다.

좋아 요도 꽤 된다. 물론 그게 다시 예전처럼 잘 될 거란 증거가 되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안다.



N 잡의 시대

디지털 노마드

파이프라인

부업

파이어족

패시브인컴

내가 요즘 추구하는 단어들.

많은 용어들이 있지만,
나에게는 인스타그램을 통한 이런 판매 행위가 40대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아이템이 아님을 잘 안다.

당장 매달 적자 나는 구조를 메꾸기 위해 다시 시작하지만, 파이어족 실현을 위한 많은 N 잡중 하나로 인지할 뿐이다.

하지만 확실한 두 번째 파이프라인을 두고 있음을 확신해야겠다.
(우선 올해는 팔로워 1만 명을 위해 끝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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