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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반짝 Mar 19. 2023

거실에서 다시 텔레비전을 뺐다.

책들의 생명력


거실에서 다시 텔레비전을 뺐다. 


10년 전 결혼할 때 36인치 텔레비전을 샀다. 텔레비전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고, 볼 시간도 없을 것 같아 작은 사이즈로 구입했다. 그러다 몇년 전 언니한테 40인치 텔레비전을 받았고, 기존의 텔레비전과 크기가 별 차이가 없어서 가구 위치를 옮길때마다 떼었다 붙였다를 자주 했다. 


그렇게 텔레비전은 창가로 왔다가, 벽에 붙었다가, 베란다 신세가 되었다를 반복했다. 도저히 방학때는 텔레비전 없이 아이들과 버틸 자신이 없어 벽에 붙여놓았다가 이번주에 다시 텔레비전을 뺐다. 식구들이 멍하니 텔레비전을 볼 때가 허다했고, 리모컨 싸움도 했다. 그리고 둘째는 유튜브를 연결해 알고리즘으로 뜨는, 엄마가 보기에 건전하지 못한 영상들을 보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다시 베란다로 텔레비전을 빼고 소파위치와 테이블 위치를 바꿨다.


텔레비전을 빼고 가구 위치를 바꾸기 전에 책장 정리를 먼저 했다.



판도라의 상자라고 할만큼 책장은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닌데, 정리한지도 너무 되었고 책들이 여기저기 뒤엉켜서 엉망이었다. 그래서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고 오전 11시부터 시작해 오후 3시쯤 정리를 끝냈다.


책장 정리의 기본은 결국 빼기다. 안 읽을 책, 꽂혀 있는 책들을 빼고 나니 자리가 생겼다. 그래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아이들 책들을 한 곳으로 모았고, 맨 위칸에 있던 내 책들도 정리를 했다. 이 책들도 한 곳에 모아주고 싶은데 거실에는 아직도 흩어져 있는 내 책들이 많다. 이 책들이 한곳에 모아놓으려면 내 책들을 아주 많이 빼면 될 것 같다.



약 4시간만에 정리한 책장은 이랬다. 안 읽고, 오래 되고, 꽂혀만 있던 책들을 빼내니 박스로 5개 정도 되었다. 재활용에 갖다 버리니 속이 다 후련했다. 아이들이 이 책들을 다 보는 건 아니기에 아이들이 읽고 소장할 가치가 없는 책들은 더 빼낼 계획이다. 아이들 책은 계속 생기고 있어서 책을 빼내야 이 숫자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좋아하고 기억하고 싶은 책들은 남겨두는 게 맞다. 그리고 완전히 좋지 않지만 좋은 부분이 한 군데라도 있으면 그 책도 남겨 놓는 게 좋다. 생명력을 잃은 책들은 아무런 감흥이 없는 책들이다. 그런 책들을 나중에 폈을때 발견하지 못했던 생명력을 만날 수도 있다. 반대로 남겨두었던 책에서 생명력을 발견할 수 없게 되는순간들도 있다. 


그러므로 자주 책장을 들여다봐야 한다. 생명력을 기다려 줄 것인지, 바로 빼낼 것인지는 책장 주인의 마음에 달려 있지만 모든 책을 소장할 수 없기에, 모든 책을 자주 들여다 볼 수 없기에 부지런히 그 과정을 즐겨야 한다.



텔레비전을 없앤 공간에서 오로지 책만 보는 시간만 있지 않겠지만 조금 더 그 과정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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