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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바람 Nov 27. 2023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그림책 서평] '큰일 났다' (김기정 글, 전민걸 그림, 다림 펴냄)

  '큰일 났다(김기정 글, 전민걸 그림, 다림 펴냄)'는 깜짝 놀란 표정의 너구리를 표지에 그려두어 뭔가 너구리에게 큰 사건이 생겼음을 지레 짐작하게 한다. 너구리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서 어서 빨리 표지를 넘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 책은 내가 한 일은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는 '자업자득'이라는 한자성어를 떠올리게 하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표지를 넘긴 면지에는 숲 속 지도에 동물들의 집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고 1~4차까지의 사건들이 어디에서 일어난 것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그려져 있다. 면지를 통해 4차까지의 사건이 있었음을 예상할 수 있게 한다. 면지를 넘기면 개암 3개와 까마귀가 그려져 있어서 개암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겠구나 상상할 수 있다.


  너구리는 개암 3개를 까마귀에게 받았고 하나만 달라는 다람쥐를 무시한 채 개암 2개를 먹는다. 나머지 한 개의 개암은 굴러가 두더지의 굴 속으로 빠지게 되는데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화가 난 너구리가 발을 쿵쿵대며 화내는 장면은 무서울 정도이다. 여기서 다람쥐는 두더지에게 욕심내다가 잃어버렸다고 꼬숩다고 하는데 보통 아이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이다. 개암을 먹지 못해 아쉬워했던 다람쥐가 이제는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다. 이 대목에서 아이들은 통쾌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너구리는 화가 나 얼굴이 벌게져서 돌아가는데 작은 그림이지만 너구리가 돌멩이를 걷어차는 모습에서 너구리의 감정이 느껴진다. 그 장면 곳곳에 숲 속의 멧돼지, 두더지, 뱀, 노루가 보인다. 특히 두더지가 가장 크게 그려져 있고 땅 속에서 얼굴을 내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4차 사건이 모두 일어난 뒤 너구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화난 상태로 집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속 나무가 노랗고 붉게 물든 것으로 보아 시기는 가을이다. 개암이 떨어지는 계절이니 말이다.  


  너구리의 제일 친한 친구인 까마귀가 호들갑을 떨며 호랑이 얘기를 한다. 노루발에 밟힌 호랑이가 화가 나서 노루를 다그치고, 노루는 구렁이가 쫓아와서 그랬다고 하고 구렁이는 멧돼지 때문에 그리되었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세상모르고 너구리는 좋아라고 웃어댄다. 이제 두더지가 했던 얘기를 까마귀를 통해 들은 너구리는 말을 잇지 못한다. 표지에 있던 그 모습의 너구리로 변했다. 결국 자기가 한 일이 다시 자기에게 돌아온 것이다. 세상 두려움에 떨던 너구리는 까마귀의 입을 틀어막지만 결국 호랑이의 손아귀에서 동화책은 끝난다. 호랑이에게 너구리가 크게 혼났을 거라는 사실을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마지막은 열어두었다.


  이 책은 여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첫째, 세상 모든 일은 연관이 있다. 너구리의 발길질이 여러 동물을 거쳐 결국 노루가 호랑이의 배를 밟도록 만든 것. 나비 효과다. 이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니 말이다. 둘째, 강한 자에게 하고 약한 자에게 강해서는 안된다. 너구리의 개암이 호랑이 근처에서 떨어졌다면 너구리가 그렇게 쿵쿵거리며 못되게 굴지는 않았을 것이다. 너구리는 강약약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내가 한 일은 나에게 돌아온다. 너구리가 저지른 일로 인해 그 대가를 받는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가장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인 듯하다.


저학년 추천도서이지만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세상사의 진리를 전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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