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시간 Jan 22. 2016

존재를 사랑한다는 것

따뜻한 눈빛과 포근한 진심

나를 관찰해 보기로 했다.


내가 어떠한 상황을 마주하든

그 당시에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지켜보기로 했다.

그게 일상이 아니라 꿈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하더라도.


며칠 전에 이런 꿈을 꿨다.



고양이가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오더니 뜨개옷이 참 예쁘다며 고양이에게 분홍색 스웨터를 입혀줬다. 그 사람은 옷을 입혀주고 곧바로 자리를 옮겼다. 나와 눈이 마주친 고양이가 눈을 치켜뜨고 뭘 봐?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내 눈빛에 진심을 한껏 담아서

"아니야! 넌 정말 예뻐!"

라고 말해줬다.


진심으로 예쁘다고 생각했다.

스웨터가 고양이에게 잘 어울려서 예쁘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는 그 자체로 예뻤다. 스웨터를 입어도 예쁘고 안 입어도 예쁘고. 스웨터가 어울려도 예쁘고 안 어울려도 예쁘고.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는 것 같지만

뭘 하든 존재 자체로 예뻐보였다.

"저렇게 얼굴을 찌푸리지 않아도 되는데? 진짜로 예쁜데? 진짜야!"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고양이의 표정이 좋지 않아서

내 마음 속 깊은 진심을 퍼올려 눈빛을 보내면서 정말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고양이가 찡그린 표정을 슬며시 풀었다.



꿈에서 깨자마자 잠결에 들었던 생각은

'나는 나 자신에게 그렇게 따뜻한 눈빛으로, 진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한 적이 있었나?' 였다.


꿈에서 본 고양이에게 대하듯이 존재 자체로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

남의 얘기에 귀기울이고 공감하고 최대한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해주려고 노력하지만 나 자신은 항상 몰아세우기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최근의 기억만 해도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를까?

나는 왜 일을 질질 끌고 있을까?

나는 왜 영어 말하기를 두려워할까?

나는 왜.


'나는 왜' 까지만 말해도 다음에 나올 말에 부정적인 단어가 따라 나올 것을 알고 있었다. 나 자신에게 묻는 '왜'는 순수한 궁금증에서 나오는 '왜'가 아니라 비난의 '왜'였다.

나 자신을 많이 사랑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들의 웃음은 빛이 난다. 정말 예쁘다. 나도 저렇게 환한 웃음을 가진 사람이 돼야지.

나는 존재 자체로 사랑스러운 사람이야~

내 자신을 사랑스럽다고 표현하기 주저하고 멋쩍어하는 나 그 자체로 :)

매거진의 이전글 힐링이 필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