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명제는 극심한 통증의 문턱을 넘어본
사람만이 체득할 수 있는 생생한 감각이다.
얼마 전, 급성 허리디스크로 극심한 통증을 경험했다. 며칠간 이어진 통증은 잔인했다.
몸을 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척추를 타고 찌르는 듯한 아픔이 뇌를 자극했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고통은 잦아들지 않았다.
차라리 움직이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침 산책을 나섰다.
처음 몇 걸음 동안 머릿속은 온통 통증이라는 단어로 가득 찼다.
‘왜 이렇게 아프지?’, ‘언제쯤 나아질까?’ ‘아파죽겠다!’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수록 몸은 방어적으로 변해 잔뜩 긴장했고, 그 긴장 위에 통증은 겹겹이 쌓여갔다.
내 주의가 오직 아프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있었기 때문인지 내 몸이 얼마나 굳어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그때 문득, 대학원 시절 어느 노 교수님이
말씀해 주신 호흡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수시로 긴 호흡을 하면 몸의 이완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그 순간 떠오른 것이다.
일단 숨이 제대로 쉬어지는지 확인했다.
역시나 숨은 얕았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서 서서히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기를 여러 번.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숨을 내뱉을 때마다 몸에 들어가 있던 불필요한 힘이 조금씩 빠져나갔다.
억지로 이완하려 애쓰지 않았음에도 몸은 스스로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더 신기한 건 몸이 조금씩 이완되면서 통증도 함께 잦아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통증을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프다’는 판단 대신, ‘통증이 이런 느낌으로
다가오는구나’라는 관찰로 시선을 옮긴 것이다.
존 카밧진은 이를 ‘판단하지 않고 알아차리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자 역설적으로 통증은 누그러졌다.
긴장이 풀린 근육 사이로 걸음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몸이 마음의 신호를 따라 느슨해지는 과정을
온몸으로 체험한 순간이었다.
그 경험 이후 나는 몸의 문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몸을 가장 정확하게 움직인다.
몸은 마음이 보내는 가장 정직한 보고서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내 몸에 좋은 음식을 제공하듯 내 마음에도 좋은 재료를 들여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모든 오감(五感)이 건강한 영양분이 되기를 바란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어쩌면 내 몸과 마음의
연결고리를 세심하게 돌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 다시 한번 천천히 숨을 쉬어 본다.
이 한 번의 호흡은 내 몸과 마음이 얼마나
조화롭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정밀한 돋보기다.
당신의 호흡은 지금,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