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아침형 인간
아. 오늘 아침도 늦게 일어났다.
불과 12시간 전인 밤과 달리 무겁고 축 처지는 몸과 마음이다.
나는 묵직한 몸을 일으키며 이 익숙한 무력감이 대체 몇 번째 반복되는 것인지 추측한다.
'나에게 이런 아침은 거의 4927번 정도 될 거야..'
매번 반복되는 것 같은 기시감에 혹시 내가 미로 같은 꿈속에 갇힌 것은 아닌가 의심한다. 동시에 진짜 꿈속에 갇히려는 듯 다시 이불에 얼굴을 부비적거리고 싶은 충동을 참는다.
어렸을 때부터 나의 꿈은 아침형 인간이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내 꿈은 항상 꿈으로 남았다. 언제부터였냐고?
작년에 이사간 부모님 집에 내려가서 창고를 뒤지다 언니와 나의 오래된 일기장들을 발견했다. 지금과 같이 읽기 힘든 글씨로 열심히 쓴 일기들이었다. 변함없는 글씨와 '어린 시절의 나는 혹시 영재였나?' 의심되는 참신한 생각에 놀라워하던 중 나는 충격적인 문장을 발견했다.
"내일부터는 꼭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어릴 때도 이랬다고? 4927번째는 무슨. 너무나 겸손한 수준의 추측이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같은 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따.
저녁형 인간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한때는 야행성이 진심으로 잘 맞는다고 생각해 받아들여본 적이 있다. 나는 야작을 많이 한다는 예체능과 학생이었고, 내 영감은 역시나 밤만 되면 쏟아졌다. 고등학교 떄 내 미술학원 친구들은 낮에는 답장을 잘 하지 않다가 새벽만 되면 문자에 '칼답'을 하는 동족이었으며, 대학교 때도 밤을 워낙 많이 새서 2주 동안 밤을 새본 적도 있다.
근데 그럼 뭐해.
밤을 새우면 이 몹쓸 체력이 죽어 나가는 걸. 아침에 시체가 되는 불쌍한 야행성 인간은 저녁과 밤에 집중이 잘된다고 열심히 일하면, 역류성 식도염과 여기저기 묵직한 몸을 갖게 되었다. 또 밥때가 뒤바뀌니 얼마나 일상에 지장이 가던지. 그걸 일찍부터 깨달아버린 나는 아니 어쩌면 건강이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아침형 인간에 대한 환상이 있는 나는 꾸준히 언덕에 미끄러지는 개미마냥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아침형 인간들은 나의 처절한 시도를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진짜 나라는 인간의 수많은 습관과 생각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고, 나는 '사랑하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책 제목처럼 '도전하라,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처럼'을 실행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조금이라도 기분이 우울해지거나 호르몬 기간이 오면 나는 다시 여김없이 야행성이 되었다.
오늘도 늦게 일어나서 묵직한 몸과 정신으로 하루를 보낸 나는, 이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고자 멀리 있는 카페에 터벅터벅 걸어온다. 나름대로 죄책감을 덜어낼 묵직한 가방을 들고서 말이다. 새로운 카페에 새로운 분위기에 잠시 기분이 좋아진다. '오길 잘했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마침 내가 시키려던 바나나 쉐이크는 품절이고, 이곳은 디카페인 커피는 팔지 않는다.
"그럼 아이스 카페라뗴 하나 주세요."
카페인의 영향인지 내 가슴은 또다시 설레기 시작한다. 그리고 카페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잘 되기 시작한다. 내일 아침의 나는 또 후회를 하겠지. 그리고 또 자기 전에 생각하겠지.
'내일은 늦게 커피 안 먹어야지. 그리고 꼭 일찍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