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이야기
사랑하면 전부 서운하다. 밖에서는 그리도 냉철한 당신이 ‘나 좀 예뻐해 주세요’하고 꼬리를 내리는 게 얼마나 고운지, 사회에서는 거인처럼 살아가지만 유독 이 사랑 앞에서만큼은 어린아이가 되는 당신이다. 그러니 서운한 것이다. 사랑받는 걸 알면서도 더 사랑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으니까.
힘든 어느 날. 눈만 감으면 뚝뚝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을 때 축 처진 어깨로 연인에게로 가면 금방이고 두 팔로 등을 감싸며 무슨 일이냐고 물을 것이다. 서러움에 말이 안 나와도 그는 일정한 박자로 천천히 당신의 등을 토닥이겠지. 그리고 부은 눈을 귀여워하며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며 손깍지를 끼울 것이다.
쉽게 쓰러지고 싶지 않은 그대. 그 마음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더는 울음을 참지 못할 것 같을 땐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가 아이처럼 어리광을 피워도 된다. 우리도 한없이 약해질 때가 있지 않은가. 연인의 가슴팍에 두꺼운 자국을 남기고 숨을 고르다 보면 짙은 우울은 소리 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간을 감사해하며 나도 언젠간 당신의 우울을 온전히 위로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굳히면 되는 것이다.
늘 서운하지만 없으면 안 되는 사람. 어리숙한 어른이 된 우리는 이제 엄마 아빠에게 어리광을 부리지 못하니 내 옆에 있는 당신에게 앙탈을 부릴 수밖에 없다. 고장 난 나를 고쳐줄 정비공은 당신밖에 없다.
책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이야기> - 나의 정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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