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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회복지사입니다만2?

문학소년에서 예비 사회복지사로, 울면서 다짐하다(完)

이번주, 긴 추석연휴가 시작된다.

다들 고향이나 여행, 쉼 등을 가지겠지.

 

나는 아마 오랜만에 돌아가신 아버지 산소에 들릴 것 같아.


막상 마주하면 입술이 떨어지지 않을 듯 한데 보고는 싶어 많이. 

대견스러워하시겠지? 어렸을 때부터 가진 꿈, 지금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잖아.




네 발로 기어다니는 "그것"의 정체


수능을 앞두고 진로에 대한 나름의 고민을 했었다. 어르신과의 만남이 있었어도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나 혹은 이쪽으로 전공을 선택하겠다는 마음은 크지 않았어. 여전히 아버지가 내게 남겨준 <글>에 대한 포부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오로지 '문예창작학과''국어국문학과'만 바라봤고.


어느정도였냐하면, 특별전형으로 가점받고자 대학에서 열리는 논술대회에 참여했을 정도니까. 입상은 못했지만 포기할 마음은 없었어. 해당 분야에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어린 나이부터 글쓰기에 두각을 나타내거나 수상경력이 화려한 친구들이 많음을 느껴.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막 수능을 보고 난 뒤라 잠깐이나마 찾아온 휴식기, 그러나 마음 편히 있진 못하였다. 당시 불수능이긴 하나 언어는 3등급, 수학은 5등급이라는 "극과극"의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여건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가긴 어려운 상황에서 이 점수로 국문과나 문창과를 갈 수 있을 지 반신반의한 상태였다.


간절했었다. 벗어나고 싶었거든.


그런 절실함과는 반대로, 뭘 어떻게 대학선택이나 진로를 결정해야할 지 감이 안 잡혔다. 당시 고3 담임 선생님은 내게 이정도 점수로는 강원도에 위치한 국립대 콘텐츠창작학과정도는 도전해볼 만하다고 얘기했다. 인서울은 커녕, 그정도가 한계라며 넣어보라고 계속 권유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결국 이 길인가' 체념하려던 때, 홀어머니가 나에게 지나가듯 한 말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게 해주었다.


"사회복지학과 어때? 사회복지하면서 글 쓸 수 있잖아.
네 하는 행동이나 성격보면 사회복지학과가 맞아"


단호한 태도에 순간 벙쪘다. 평소 섣불리 이런 모습을 잘 안 보이시는 홀어머니였기에 말문이 막혔지. 이내 정신차리고 "엄마가 뭘 알아"라며 핀잔 아닌 핀잔으로 대답을 대신한 채, 사회복지학과가 어떤 곳인지 찾기 시작했다.


찾으면 찾을 수록 나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작가를 꿈꾸는 내가 사회복지사가 된다고? 그런데 나중을 생각하면 도움은 되겠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불안해서 잠도 잘 안 왔다. 또 밤을 새나 싶다가 그냥 새벽기도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캄캄한 시간인 새벽 4시 반, 지금도 그때가 또렷히 떠오른다. 


나가기 전, 화장실에 잠깐 들렸다 가고자 전등 스위치를 찾고 있었다. 인기척이 느껴졌는지 저 멀리 꿈틀거리며 바닥을 기어오는 무언가가 내 쪽으로 오는게 아닌가. 가까워질 수록 점점 보이는 윤곽, 아무 생각도 안나고 너무 놀라 얼른 불을 켜니 어머니셨다. 야쿠르트 판매로 매일 언덕배기를 무거운 카트끌고 왔다갔다 하느라 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다. 집에 돌아오면 늘 앓는 소리하시며 연신 다리와 무릎을 매만지셨기에 제대로 일어서거나 걷질 못하셨다. 


천천히 벽을 짚고 일어나는 홀어머니의 힘겨워하는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어 무작정 교회로 달려갔다. 그리고 단상 아무자리에 앉아 울면서 두 손 모아 기도했다. 대학교 올라오면 긍정적으로 변화하겠다고, 더는 홀어머니 고생 안 시키고 나도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며 그렇게 날이 밝을 때까지 하나님께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더는 고민 않고 사회복지학과로 진학을 선택했다. 다행히 평소 우리 집안의 사정을 잘 아는 목사님 추천을 받아 서울에 위치한 4년제 미션스쿨에 진학, 원했던 인서울에서의 공부도 시작하게 됐고. 집에서 거리는 멀어졌지만 지하철로 1시간이내 통학거리면 나에겐 충분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나의 "예비 사회복지사"로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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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사회복지사로의 길,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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