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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회복지사입니다만2?

예비 사회복지사로의 길,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3)

10월이다.

올해도 얼마 안 남았네. 

 

더위는 여전해. 이번달까지는 갈 듯 한데 기다려보면 알겠지.

시월도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첫 자원봉사, 의욕 그 잡채


그렇게 2009년, 월계종합사회복지관에서의 첫 자원봉사가 시작되었다. 한부모가정 자녀 대상 방과후 교실 프로그램에 참여했지. 시간대가 주로 오후나 저녁이라 참여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긴장은 됐다. 나도 홀어머니 밑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으니 같은 처지라 더 그런가봐. 근데 대상자들이 초등학생들이니 어리잖아 많이. 어떻게 친해지면 좋을지 그 고민도 함께했던 기억이 난다.


봉사당일, 혼자서 5~6명이 넘는 아이들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은 센터장이신, 당시 팀원이셨던 선배님이자 담당 사회복지사는 살짝 미안한 표정 및 제스처로 날 사무실로 안내했다.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으니 이제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상황이래? 중도에 그만두는 거 없이 꾸준히 참여함이 전제라하여 주저않고 "네!"라고 대답했다. 


당시 본 프로그램은 1년정도 자원봉사를 할 사람을 모집 중이었다. 당연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중간에 사람이 바뀌거나 그러면 서로가 피곤해지는 법이거든. 15년이 지난 지금도 어딜가든 이 마음가짐은 변함없다. 맡으면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 뭐 그런거. 기관에 잘 보이고 싶었던 마음도 없잖아 있긴 했지만. 아무튼 안내를 받고 본격적인 자원봉사자로서의 활동이 시작될 터였다.


처음 3개월 가량은 막막했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아서. 무슨 말인고 하면, 담당 사회복지사가 알려준 내용보다 훨씬 아이들의 텐션은 너무나도 높았다. 혼자서 아이들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수준이 절대 아니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나는 것들만 추려볼까?


아이들과 대면했었을 당시, 인원은 7~8명 가까이 되었다. 복지관 인근 임대 아파트를 비롯한 지역 내 거주하는 한부모가정의 부 또는 모, 아이들 대상으로 1주일에 1번,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1~2시간 되었으려나?담당 사회복지사가 한부모들 대상 교육을 진행할 때 나는 그 자녀들을 돌보는 식으로 같이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아이들의 모습들도 다양했다. 기억나는대로 적어보자면, 

태권도복을 입은 MC몽 닮은 아이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에 나오는 에띠 닮은 남자아이
쾌활하다 못해 과할 정도로 공격적인(?) 여자 아이들
그리고 발달장애 아동까지

아이들은 나를 자원봉사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개념조차 이해를 못한 듯, 그냥 조금 더 나이많고 큰 오빠나 형으로 보였던게지. 지금 생각하면 경계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아이들에게 공존한 듯 싶다. 근데 당시에는 나도 이제 전공과목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몸으로 경험을 쌓는 방법밖에 없었다.



나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은 정말 잠깐이었다. 이후에는 본인들끼리 놀다가 때로는 나를 공격하기도 하고 그랬다. 프로그램실 내에서 담당 사회복지사가 준비한 활동지나 놀이 등을 진행하는 게 원칙이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나가고 싶어했다. 소리 지르는 건 덤. 어떻게든 통제하려는 나와, 그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아이들과의 밀고 당기기는 3개월을 넘어 반년 가까이 이어졌다.


불안감이 들었다
'자원봉사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게 아닌가?'
'여기서 잘못보이면 나중에 졸업 후 취업연계가 안 될 수 있을텐데?'
'복지계 좁다고 그러는데 소문나면 어떡하지?'

담당 사회복지사는 누구나 그렇다며 괜찮다고 나를 다독였지만, 내심 걱정하는 눈빛은 불안감에 초조함까지 더해주었다. 포기는 안 하고 싶었다. 여기서 그만두면 앞으로 자원봉사든 그 어떤 것이든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거침없는 행동은 변함이 없고, 보호자에게 얘기해도 안되는 악순환의 반복은 나를 끝없이 지치게 만들었다.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우연히 학교 게시판에 붙은 <목적지향 스터디 2기 모집>을 보고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잘하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서둘러서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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