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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소설
"분노거래소"

#2 - R2: 계기, 탐험, 분노거래소

『그때까지도 몰랐었다. 감정을 받은 나의 분노가,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다는 것을』




녹슨 철문을 힘껏 민다. 


지면과 맞닿아서 그런지 기분 나쁜 쇠 긁는 소리가 내 귀를 괴롭힌다. 2층 구조로 된 작은 건물. 간판도 없이 초라해 보이는 이곳이 바로 분노거래소라‥나도 모르게 조소가 나온다.


우연히 알게 되었다.


『당신의 분노, 제가 사드리겠습니다.』라는 특이한 제목의 메일 한 통. 그것이 내가 분노거래소를 처음 알게 된 계기였다. 특별한 내용도 없었다. 메일에 첨부된 약도와 외관을 찍은 한 장의 사진뿐. 특이한 것은 내가 자주 다니던 언덕길 윗자락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과


난 너의 분노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는 단 한 줄의 문구가 나를 자극하여 이곳까지 발걸음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문구를 떠올리니 슬슬 기분이 나빠진다. 


마치 전부터 날 알고 있었다는 듯이 적어놓은 것은 무얼 뜻하는 것일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아니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혹시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 장난을 친 것일까. 이런 저런 잡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분노거래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분노거래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보았으나 대부분 근거 없는 루머들뿐이었다. 허탕을 치면 칠수록 나의 분노거래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 관심과 호기심이 한계를 넘어선 나머지 두려움을 무릅쓰고 직접 방문하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약간 어두운 현관. 건물 뒤편으로는 크고 작은 산들이 가로막혀있어 더욱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감화되었는지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잔뜩 긴장 한 채 조심스럽게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들어서자마자 안내데스크처럼 보이는 큰 타원형 탁자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안내원은 없었다. 탁자를 사이에 놔두고 양 옆으로 펼쳐진 어둡고 긴 복도. 얼룩이 더러 묻어있는 벽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설치 된 작은 전등들. 한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더욱 탐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혼재되어 있는 기분을 느낀다. 고풍스러우면서도 그로테스크한 건물 내부. 금방이라도 비명소리가 나타날 것만 같다. 뻣뻣한 목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나 사무실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고 가만히 있을 바에는 차라리 돌아다니면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희미하지만 오른쪽 복도 끝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내 눈에 포착되었다. 


여기서 키우는 애완동물인가라는 바보 같은 생각이 그 당시 왜 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검은 형체는 점점 내 앞으로 스르르 다가온다. 무서운 나머지 “저리가”라고 소리치며 소매에서 휴대폰을 꺼내 물체를 향해 들이댔다. 휴대폰 불빛 사이로 어스름하게 보이는 검은 형체의 모습. 그리고 들려오는 한 괴인의 목소리.


“분노거래소에 오신 것을 대단히 환영합니다. 저는 이 거래소의 중개인이자 건물의 소유주, 미스터 마입니다.”


※ 분노거래소 Step 2 : 분노계약서를 작성하실 때에는
본인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과 인감, 그리고 피 한 방울이 필요합니다.

비용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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