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몽상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래도 어딘지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자꾸 거울을 쳐다본다.
샤워를 끝낸다. 살짝 열린 창틈으로 불어오는 밤바람.
젖은 상태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창문으로 다가간다.
활짝 연다. 높은 층에 위치해 있고 늦은 시각이라 주변엔 사람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저 멀리 희끗희끗 보이는 번화가와 주택가들.
눈을 들어 바로 앞에 펼쳐져 있는 넓은 정원을 바라본다. 큰 버드나무가 팔을 사알랑 흔든다.
“기분 좋다.”
즐겁다. 기쁘다. 행복하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하더라도 이와는 전혀 반대되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제는 또 반대되는 감정을 가지고 마음껏 느끼고 있다. 인간이란 참 오묘해.
변덕스럽다고 해야 하나. 감정에 따라 흔들리는 인간이란 존재는 연약하고 불완전하다는
오래된 철학적 명제가 머릿속에 새삼 떠오른다.
잠시나마 니케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되어본다.
아니, 나라는 새로운 무명의 철학자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탄생했다.
시간은 오후 10시.
“이제 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