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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묘 Jan 23. 2021

쉬야, 날 좀 바라봐

주면 안 되겠니? 다른 곳으로 흐르지 말고. 제발.

#1. 1차 시기

     

“아빠, 쉬, 쉬!” (둘째가 발을 동동거린다.)

- 어, 어, 어, 빨리빨리~.

- 여기, 여기, 서서,

- 내려, 바지부터 내려, 어, 어?

- 아, 안돼! (아빠는 울상, 둘째는 시원)


둘째의 바지와 팬티, 화장실 문턱, 그리고 내 손은 금세 젖어 버렸다.   


#2. 2차 시기     


“아빠, 쉬, 쉬!” (둘째가 발을 동동거린다.)

- 헙, 빨리빨리~.

- 여기 서서, 잠깐, 자암깐!

바지, 팬티 동시에 척! (내리자마자)

- 어, 아, 안돼! (아빠는 울상, 둘째는 역시 시원)

- 얌마, 너무 빠르잖아! 갖다 댈 때까지 기다려야지!     


둘째의 바지와 팬티, 화장실 문턱, 그리고 내 손은 오늘도 축축하다.        

  

#3. 3차 시기     


“아빠, 쉬, 쉬!” (둘째가 발을 동동거린다.)

- 어이쿠, 참아, 참아. (이번만은 꼭! 아빠는 성공을 굳게 다짐한다.)

- 빨리, 이리 와, 여기, 서, 서.

바지, 팬티 동시에 척! (내리자마자)

들고 있던 미니 소변기를 착! (갖다 댄다.)

- 발사! 어, 어?

- 아, 안돼! (아빠는 울상, 둘째는 역시나 시원)

- 아뿔싸……, 고추 떼는 거 깜박했네.     


둘째의 바지와 팬티, 화장실 문턱아, 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4. 4차 시기


“아빠, 쉬, 쉬!” (둘째가 발을 동동거린다.)

- 그래, 응, 응, 참아, 참아. (다급해 보이는 표정에 속지 말자. 같이 급하게 굴면 낭패다.)

- 어, 이리 와, 이리 와.

바지, 팬티 동시에 척! (내리자마자)

미니 소변기를 착! (갖다 대면서 거듭 묻는다. “고추 뗐어? 고추 뗐어?”)

둘째가 스스로 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후,

- 좋아, 발사! (아빠는 감격, 둘째도 시원, 뿌듯)

쏴아~. 톡톡톡... 톡톡... 톡. (소변기 끝으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처리한다.)     


둘째의 바지와 팬티, 화장실 문턱과 내 손, 모두가 무사하다. 드, 디,어.     




의기양양해 보이는 둘째가 아빠를 보고 배시시 웃는다. 

“아(→) 빠(↗)~, 나(↗) 고(→) 추(↗) 땠(↗)어(→) 요(↘).”

- 그래, 네가 그렇게 웃을 수만 있다면 아빠가 앞으로 무엇이든 못 받아 주겠니?

아버지와 아들이 마주 보며 미소 지었다. 

세면대에 걸린 양치컵의 뽀로로가 이 광경을 환한 미소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요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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