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함을 꺼내는 용기

by 오월

한껏 어지러진 책상 한구석을 바라보다가 방치된 실뭉치를 보았다. 뜨개 유행에 발맞춰 볼 하나, 합사해서 편물 만들면 귀엽겠다는 생각에 볼 하나 담다 보니, 내가 만드는 작품에 비해 실만 많아졌다. 정작 나는 뜨개에 대한 기초가 없었고, 위빙틀로 간단한 티코스터 몇 개 만든 게 전부였다.


연말이고 남는 실로 오랜만에 티코스터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실을 엮어갔다. 실을 슥슥 교차하며 통과시키면 편물이 완성되기에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는데, 각 잡고 만들려고만 하면 왜 그리 귀찮은지 모르겠다. 금세 완성하고 마무리 짓기 위해 짝을 맞춰 매듭을 지어 주었다.


분명 짝수라서 남는 가닥이 있으면 안 되는데, 끝에 다다라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의 실수를 되짚어 가니 첫 단추가 잘못되어 있었다. 꽉 묶은 매듭은 단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수정이 어려웠다. 이미 망쳤다는 생각에 의욕을 잃고 짜증나는 마음으로 그대로 휴지통으로 직행했다.


이미 휴지통으로 들어간 작품이지만 괜한 미련이 남는다. 마무리만 잘못되었을 뿐, 나만 흐린 눈으로 바라본다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작품은 이미 휴지통이었지만, 꼭 망령이 되어 나를 괴롭히는 것만 같았다.

인스타툰에서 봤던 ‘망쳤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그냥 꾸준히 하세요!’ 하던 메시지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평가에 익숙한 우리는 타인에게 쉽게 평가를 내린다. 그런 태도 때문일까? 자신에 대해서도 깐깐한 감독관이 되어 평가를 한다. 이렇게 별로인데 감히 세상에 내보이겠다고? 이렇게 미완성인 건 더 다듬어야 해!

애초에 완벽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겁쟁이처럼 평가를 피해 도망친다.


뜨개에서 작은 한 코가 모여 전체 모양을 만든다. 하지만 실수 하나가 전부를 망치지 않는 것처럼, 평가 한 줄에 우리가 정의되진 않는다.


아무리 부족해 보이는 결과물이라도, 그냥 담담히 세상에 꺼내어 보겠노라 다짐한다. 완성보다 중요한 건, 그것을 세상에 꺼내는 용기였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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