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 사각지대에 대하여
집 근처 새로 생긴 무인빵집에 들렀다.
빵을 유난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천 원이라는 가격표와 다양한 종류의 빵이 나를 괜히 들뜨게 했다.
근무 시간에 몰려오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보며 먹을 빵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의 기웃거림에 자극이라도 받은 듯 중장년 부부와 행색이 초라한 할아버지 한 명이 들어왔다. 작은 매장은 금세 손님 네 명으로 붐볐다.
모두 계산대를 바라보며 조용히 줄을 서 있는데, 할아버지가 빵을 품에 안더니 아무렇지 않게 매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에, 바로 앞에서 지켜본 나도, 부부도 순간 말을 잃었다.
남겨진 우리끼리 어색한 눈빛만 주고받았다.
“어… 저 할아버지, 결제 안 하고 가신 거죠?”
“네… 그런 것 같아요…”
대낮, 사람도 많은 작은 매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빵을 들고나간 그 행동 앞에서 우리는 누구 하나 그를 붙잡지도, 사장에게 연락하지도 못했다.
괜히 말렸다가 해코지라도 당할까 싶었다. 그리고 CCTV가 가득한 매장에서 빵 한 덩이를 훔쳐 갈 만큼 절박해 보였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계산을 마치고 매장을 나서자, 멀리 도망간 것도 아닌 불과 1분 거리 의자에 앉아 훔친 빵을 입 안에 꾸역꾸역 넣고 있는 노인이 보였다.
집에 도착해 이 장면을 엄마에게 이야기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대낮에 사람 많은 곳에서 저렇게 당당히 도둑질을 할 수 있냐고. 멀리 숨지도 않고 바로 앞에서 먹고 있는 건 거의 기만 아닌가 싶었다고.
하지만 엄마의 대답은 내 예상과 전혀 달랐다.
빵 한 덩이? 진짜 배가 고팠나 보다.
진짜 배 고파서 생계형으로 훔친 노인네를 어떻게 하겠니...
도둑질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그래도, 입 안 가득 빵을 밀어 넣던 그 모습이 엄마의 말 한마디에 ‘기만적인 행동’에서 ‘불쌍한 노인’으로 바뀌어 보였다.
복지의 울타리는 어디까지일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놓치고, 법의 허점을 잘 아는 똑똑하고 이기적인 사람들만 혜택을 챙기는 현실이 씁쓸하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에 나오는 복지 이야기가 떠올랐다.
복지의 목적은 어려운 사람이 더 나은 상황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만, 애매한 기준 때문에 오히려 현재의 수급 상태에 머물게 만든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일했다가 복지 혜택이 끊기면, 이전보다 상황이 더 나빠지는 아이러니도 존재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복지의 환형 고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레미제라블의 장 발장은 굶주리는 가족을 위해 빵 한 덩이를 훔친 죄로 감옥에 갔다.
생계형 범죄는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범죄다.
그리고 현대에도 우리의 일상 어딘가에 많은 ‘장 발장’들이 있다.
복지의 경계는 참 아이러니하다.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눈앞의 구멍을 임시로 덮는 데에만 급급한 사회.
오늘 내가 본 한 노인의 빵 한 덩이는 그 아이러니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