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여야 비로소 보이는 행복

by 오월

과장은 보태지 않고, 나는 신년 계획을 추석부터 세운다.
부지런해서가 아니다. 추석까지의 내가 게으르게 살아온 탓에, 그동안의 나를 리셋하고 싶어서다.
올해는 이미 놓쳤으니, 이제라도 내년을 준비해 보자는 마음으로 말이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내년의 핵심 키워드를 골라본다.


매번 ‘만다라트’ 기법으로 계획을 세웠지만, 구체적인 실행 단계나 정량화된 목표를 적지 않다 보니 결국 칸만 채우는 계획이 되고 말았다.
내가 무엇을 세웠는지도 모를 만큼 허술한 계획들.
그래서 이번엔 8개의 항목을 5개로 줄이기로 했다.

내용을 늘리는 것보다 어려운 건, 어쩌면 핵심만 추리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항목을 줄이고 보니 괜한 불안이 밀려왔다. 마치 나의 2026년이 그 줄어든 항목처럼 별 볼 일 없을까 봐.
하지만 결국 알고 있다. 내게 필요한 건 선택과 집중이라는 것을.


심사숙고 끝에 정한 2026년의 단어는
건강 / 금전 / 기록 / 행복 / 실천
이 다섯 가지다.


예를 들어, 자주 야식으로 먹던 라면 섭취 횟수를 줄여보기.
무엇이든 엉망이라도 끝까지 완성해 보기.
이런 작은 실천들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계획을 세울 때 종종 타인의 계획을 참고하곤 한다. 나도 좋은 아이디어를 얻겠다며 이런저런 글을 둘러보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채운 계획은 결국 ‘내 계획’이라기보다,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에 가까웠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누군가의 계획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이루고 싶은 항목만을 골랐다.

내년에 집중할 단어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결국 ‘행복해진 나’를 그리고 있었다.
자주 잔병치레하던 내가 건강하길, 물질적으로 아쉬운 소리를 하던 내가 스스로에게 당당해지길, 그리고 목표한 바를 차근차근 이뤄가는 2026년의 나를.


2025년에는 정작 마음에 와닿지 않는 계획을 많이 세워서였는지, 이룬 것이 거의 없어 스스로 부끄러웠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이루어낸 것도 나이고, 이루지 못한 것도 나니까.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그럼에도 오늘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신년을 계획하는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

연말과 연초의 나에게 “잘했고, 잘하고 있다"고 따뜻하게 응원하며, 적당히 뜨끈한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싶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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