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가 진짜 존재할 것이라 믿던 성인 하반신까지 올랑말랑 하던 작은 아이는 다양한 무리에 섞여도 특출나게 티나지 않는 보통의 성인이 되었다.
이전에 비하면 남산만해졌지만, 아직도 스스로 어른이라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덩치만 큰 어린이 되어 있었다. 달라진 점이라고 한다면 이젠 산타할아버지의 역할을 해주셨던 것이 부모님이란 사실을 깨달아버린 정도일까?
어쩌면 산타할아버지가 나의 착한 짓, 나쁜 짓을 알고 나에게 선물을 주신다고 믿었다기 보다는 은연중 산타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눈치 챘는지도 모른다. 그저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외면했는지도 모르겠다.
산타할아버지가 사실은 부모님이었다고? 라는 사실을 접하고도 나의 동심이 깨지지 않았던 것은 무의식 저 너머 잔재하고 있던 의심 덕분인 듯 하다.
산타할아버지가 직접 하늘을 나는 썰매를 타고 온다는 것도, 빨간 코의 루돌프가 모는 썰매도, 난장이만 한 작은 요정들이 일한다는 것도 이제는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는 것을 잘 알지만 덩치 큰 어른이 되었음에도 마음 속에는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작은 아이가 숨어있나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애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설레는 맘으로 보낸다.
내돈내산이라도 굳이 예쁜 포장지를 고르고 빨간색 리본끈을 구매한다. 크리스마스 느낌 낭낭한 스티커나 카드에 메시지를 남기고 행복한 맘으로 자신에게 선물을 한다.어차피 내가 쓸 물건임에도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받는 것마냥 예쁘게 포장하고 스스로에게 대접한다.
1년 365일 가운데 하루쯤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과거의 내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활개친다.그동안 현실에 치여 아등바등 살아왔으니, 하루쯤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 그날 하루만큼은 나이, 체통 다 갖다버리고 숨어있던 아이를 맘껏 뛰놀게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나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