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낭만 그 자체 기념일이다.
11월부터 슬슬 매장들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인테리어를 바꾸고 겨울에 어울리는 캐롤이 흘러나온다. 늘상 보던 거리의 모습이지만 이 시기를 맞이하면 똑같은 거리라도 괜히 설렌다.
딱히 변화하는 것은 없다.
언제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매장일 뿐이고 판매하는 품목은 똑같다. 그저 공간만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꾸며졌다는 것과 캐롤이 흘러나온다는 것뿐이다.
달라진 것은 없다.
그저 내 마음이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로 인해 설렌다는 것뿐이다.
크리스마스가 뭐라고 이렇게 사람을 설레게 할까?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공휴일이라 그런 걸까?
낭만이 밥 먹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괜히 이 시기가 되면 설레는 맘을 안고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담는다. 괜히 평소에 입지도 않는 빨간 니트와 목도리가 눈에 들어온다. 어린 시절 이후로 졸업한 귀여운 노르딕 디자인도 괜히 눈독을 들여본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다. 큰맘 먹고 구매해도 저 아이템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일이 없으리란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매 겨울이 되면 이성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연말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중 크리스마스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한 해가 벌써 다 지나갔다는 아쉬움,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은 삶을 살리라는 다짐.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잘 표현하지 못했다는 후회와 미안함.
그런 감정들은 크리스마스날 새까만 하늘을 노랗게 물들인 전등과 피부를 스치는 추운 공기, 입가에서 새어 나오는 하얀 입김과 어쩌면 하늘에서 내릴지 모르는 흰 눈. 나도 모르는 복잡한 감정들을 크리스마스라는 예쁜 포장지에 고이 담아 마음속에 묻어둔다.
내년에는 더욱 사랑하고, 표현하자고.
사랑이 가득한 크리스마스에는 행복을 함께 나누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