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X 마스크 재고 없음 XXX]

마스크가... 이 가격이 맞아.. 요.....?

by 오월

슬금슬금 코로나 국내 초기 확진자가 생겨날 무렵 마스크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당시 내가 근무하던 약국은 지역 내 부촌으로 불리던 동네 중 하나라 그런지 더욱 예민했다. 소아과 손님이 위주였기에 엄마들은 혹여나 아이들이 감염될까 두려워 방문할 때마다 아이들 마스크가 있는지 찾았다.


코로나 이후 정상적인 마스크 값이 얼마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최근 마스크값이 안정화되었지만 초창기만 하더라도 마스크 입고가격은 내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마스크 5매가 6천 원 넘는다고요?;"

"코로나 때문에 지금 마스크 수급이 안되어서 그나마도 다 팔리고 이것밖에 안 남았어요"

남겨먹을 값도 없었다. 손해만 나지 않을 정도로만 이윤을 붙였다.


나는 시시때때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마스크 수량이 뜰 때마다 주문 버튼을 눌렀다. 재고가 얼마나 되고, 이런 건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병원 손님은 뚝 끊겼지만 마스크를 찾으러 수많은 손님들이 약국 문을 열었다.




마스크 5부제가 실시되었다.

입고되는 마스크는 한정되어 있는데 직장인들은 마스크를 구매하러 나올 수 조차 없어서 정부지침이 내려오기 이전, 우리 약국에서는 미리 5부제를 실행했다.


물량이 한정적이라 저희 인당 2매씩만 판매할게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짜증을 내는 손님들도 있었고, 이해해 주시는 손님들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위험한 팬데믹 시대에 모두가 함께 살아내기 위해서는 양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5부제가 실행된 이후 하루 업무 중 2시간은 연속으로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신분증을 받아 전산에 정보를 입력하고 2매씩 판매하는 작업을 했다. 우리도 언제 마스크가 입고되는 시간인지 알 수 없어 대략적인 시간을 안내해 두면, 그 시간을 기준으로 약국 밖으로 기다란 웨이팅 줄이 형성되었다.

시시때때로 '마스크 재고 있나요?' 질문하러 들어오는 손님들께 응답하다 목이 다 쉬어버려 입구에 [마스크 재고 없음!!!] 덕지덕지 붙여놔도 조급한 마음을 이길 순 없었다.


초반 마스크 5부제 정책은 너무나 불안정했다.

미성년자의 경우 가족관계 확인 후 대리 구매 가능, 본인이 신분증 지참하여 구매가능. 성인의 경우 특수한 몇 가지 사항을 제하고는 대리인 구매가 불가했다.

"딸이 병원에 입원해서 움직일 수 없는데 대신 방문해도 되나요?"

"... 손님, 혹시 따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미성년자도 아니고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

"손님, 상황은 이해되는데 성인의 경우는 대리 구매가 불가하세요.."

병원에 입원한 딸이 걱정되어 마스크를 구매하려 했으나 거절당해 아버지는 노발대발 나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직 해당 상황에 대한 자세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를 앵무새처럼 읊어댈 뿐이었다.

"너 이름 뭐야? 내가 너 신고할 거야!!!!"

결국 이름을 밝히고, 그래도 나는 지침이 없으니 해줄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깟 마스크가 사람 참 옹졸하게 만든다. 사람의 밑바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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