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아니~
2019년 12월 어느 날.
손에 잡고 있던 일이 이상하리만큼 술술 잘 풀렸다. 20대 중반. 나이를 무기 삼아 벌려놓은 일이 태산을 이루었고 일을 수습하기 위해 새벽 퇴근은 일상이었던 시절. 하루 평균 4시간 잠을 자던 생활을 이어왔던 나의 20대.
이상하리만치 '그날'은 모든 게 술술 풀렸다. 함께 하던 사람들도 이상하게 잘 풀리는 상황에 기분이 좋았고, 나 또한 이럴 수 있냐며 기분이 좋았다.
"우리 오늘 일처리 빨리 끝났으니까 회식하자, 회식!!"
말도 안 될 만큼 수월하게 풀린 상황에 모여있던 지인 중 누군가가 외쳤다.
다들 신나서 한 마음, 한 뜻으로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헤치고 근처 치킨집에서 배를 채웠다. 평소였다면 언제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하냐며 찡얼거릴 시간에, 모처럼 빨리 일처리를 끝내고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했다.
오늘따라 운수가 좋네.
김첨지가 아픈 아내를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러하지 않았을까. 언제 이렇게 돈을 벌어볼까. 오늘같이 벌어야 집에 병들어 누워있는 아내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맘으로 손님을 계속 실어 나르지 않았을까?
나의 19년 12월도 그러한 날이었다.
뉴스에서는 연일 중국발 우한 바이러스 국내 첫 확진자, 두 번째 확진자... 그들이 어떻게 감염이 되었는지 보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코로나는 나의 관심밖 사항이었다.
그 무렵 독감도 덩달아 유행했다. 명절을 맞이해 집에 왔던 이모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방문했더니 독감 판정을 받았다 한다. 이모들이 떠나고 난 후 엄마도 몸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방문했더니 독감 판정을 받았고, 나는 다행히 심한 몸살감기로 끝을 맺었다.
당장 나에겐 닥친 현실은 tv 속 심각하다고 연일 방송에서 말하는 코로나가 아니라 눈앞에 독감 환자들이 두렵게 했다. 그리고 수년 전 겪었던 신종플루, 메르스 사태처럼 금방 끝나겠지 여겼다.
20년도 봄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무렵.
중국의 바이러스로 끝나게 될 줄 알았던 코로나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팬데믹 사태는 나의 안일했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회는 온갖 혐오로 가득 찼다.
계속해서 바뀌는 정부 지침, 밖에 나가지 못하는 답답함과 우울감. 혹시 저 사람도 감염자가 아닐까, 하는 불안과 의심.
무방비하게 팬데믹 사태를 맞이한 우리는 우왕좌왕하기 바빴다. 그 당시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건 그저 내려오는 정부지침을 묵묵히 따라야 하는 것.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도 한 달이면 끝나겠지 하던 코로나는 이제 겨우 시작을 화려하게 알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