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다녀갔대

소문, 진실과 거짓 그 어딘가.

by 오월

금방 끝날 거라 생각했던 코로나 사태는 점차 그 확산세를 뻗어나갔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역병은 수 세기 전을 끝으로 사라진 줄 알았는데, 현대 문명으로도 그 치료법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역병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었다.

나름 지역 내 부촌 동네. 엄마들은 혹여나 아이가 바이러스에 걸릴까, 노시초사 하는 마음으로 방문을 걸어잠갔다. 그럼에도 소문은 그 입을 타고, 타고, 우리의 귀까지 들려왔다.


이쪽에도 확진자 나왔다더라


'마트도 들리고, 이곳저곳 다녔다던데....' 약사님이 근심 어린 목소리로 말 끝을 흐렸다.

하긴 그럴 만도 한 것이, 약국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가 크게 빵 터져버렸으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리라.


약국은 손님이 텅 비었다. 불편함을 말로 내뱉지 못해 그저 빽빽 우는 아기의 울음소리, 매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뜀박질 소리, 캐릭터가 그려진 영양제를 사달라며 떼쓰는 아이의 목소리와 단호하게 안 된다 말하는 부모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약국 내 들리는 소리라곤, 그저 근무 중인 우리의 걱정 어린 말소리뿐이었다.


"저 밑에 있는 매장에 확진자 다녀가서 문 닫았대요"

"아, 진짜요? 진짜 이 동네도 확진자 나오긴 하나 봐요"

우리의 입에서도 이런저런 소문을 옮기고 있었다. 약국이 이렇게 조용했었나? 마스크 입고 시간을 제외한 시간은 손님이 텅 비어있는 기이한 광경을 마주했다.

모두 입 밖으로 말을 내지는 못했지만 동일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우리... 망하는 건 아니겠지.......?'

기약 없는 현 상황은 우리를 땅에 박아둔 것 같았다.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뉴스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들만 들려왔다.

코로나로 인해 점차 매장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 수입이 없는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한순간에 실업자가 된 직장인들의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조금 이후의 이야기지만, 퇴사자들에 나도 포함되었다.


소문은 무섭게 퍼져나갔다.

마트에 다녀갔다던 확진자 소문은 사실 소문에 불과했다. 진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문은 입에서 입을 타고 널리 퍼져나갔다. 진실의 진위여부는 필요치 않았다. 그저 당시 내 귀에 꽂힌 자극적인 내용만이 당시의 진실이었다.


"그거 사실 아니라고? 아, 그래?"

그저 거기서 멈췄을 뿐이다. 나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거나 할 필요가 없었다. 그때는 그랬으니까. 나도, 당신도 시대의 흐름에 탑승한 것뿐이었다. 잘못된 소문으로 인해 피해받을 누군가를 생각할 여력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왜 밖에 쏘다녀서 몇 명을 감염시킨 거야?

몇 번 확진자 이동경로 확인하다가 불륜 사실 들통났다잖아, 확진자가 난동 부려서 의료진 폭행했다던데?

여러 소문이 떠돌던 와중 그중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이었는지 우리는 알아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냥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거짓 소문으로 피해받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중요치 않았다.


코로나 시기를 살던 우리는 이성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서로를 향한 힐난과 증오가 일상이 되었던,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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