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잘렸어
날이 가면 갈수록 손님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정상적으로 오픈은 했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는 멍하니 매장 소파에 앉아 수다를 떨거나, 진열된 약품의 먼지를 제거하는 일뿐이었다. 주문창에 수시로 들어가 '마스크'라고 검색어를 입력해서 소량이라도 뜨면 무조건 구매 버튼을 눌렀다.
생각보다 코로나 시기가 길어지고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약사님의 표정도 점차 어두워졌다.
처음 코로나가 터진 시점만 하더라도 밝은 표정이었지만, 기약이 없는 상황이 되니 말수가 점차 줄었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 얼굴로 있는 날들이 많아졌다.
"요즘따라 약사님 말이 없지 않아?"
"그니까.. 혹시, 누구 하나 자르려고 그러시나?"
함께 근무하던 언니와 잘리는 거 아니냐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 우리 잠깐 이야기 좀 할까?"
예상했던 호출, 예상치 못한 인물.
"...... 네"
약사님이 잘라내리라 마음먹은 사람, 그건 바로 나였다.
약국 바로 옆에 위치한 카페에서 불편한 공기가 존재했다.
"내가 왜 불렀는지 알지?"
대충 상황 이해가 되었기에 고갤 끄덕였다.
기존 약국을 인수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터졌다. 금방 스쳐 지나가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상황은 점차 악화되었다.
뉴스에서는 연일 감염병 확산에 대한 보도가 나왔고, 확진자 카운트는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 세 자릿수를 넘어가고 있었다. 쥐가 고양이 입장 생각해서 뭐 하냐 싶기도 했지만 눈앞에서 바로 볼 수 있는 현실이라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솔직히 너 나랑 잘 안 맞잖아
코로나로 손님이 줄기도 했고, 두 명 다 직원을 안고 갈 수 없어서... 자신의 입장을 헤아려달라는 듯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대화의 끝은 결국 나의 퇴사 소식이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큰 규모의 약국에서 4년이나 근무했었는데 고작 3개월 수습 기간을 끝낸 사람이 아닌, 내가 권고퇴사를 당한다는 게.
그리고 나를 더욱 화나게 했던 것은 그다음 약사님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래서, 이번 달까지만 해줬으면 좋겠어"
이번 달이라고 해봤자, 고작 일주일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황당했다.
코로나로 인해 수많은 업체들이 고용인원 감축을 진행했다. 그 어디도 사람을 구하는 곳이 없었다. 그런데 꼴랑 일주일을 남겨두고 퇴사통보를 한 것이다.
오늘은 이만 퇴근해도 좋다고 한다. 거기서 무슨 말을 더 붙일 수 없어서 우선 알겠다는 말과 함께 짐을 챙겨 집으로 걸어갔다.
터덜터덜.
내가 사회에서 엄청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이렇게 허망하게 대체될 인력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첫 근무지였던 약국에서도 모든 일을 도맡았으며, 퇴사를 한 이후 또 불려 갔으니까. 적어도 내가 일을 못해서 잘리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약사님의 해고통보로 인해 머리가 멍해졌다.
엄마에게 뭐라 말해야 할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입술이 버석하게 말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당장 생활비는 어떻게 하지? 지금 직장도 못 구한다던데 어떻게 하지? 수입이 없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전 자발적으로 퇴사할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던 시기였다.
착잡한 마음을 안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엄마, 나 잘렸어.... 그만 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