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내가 먼저 왔는데, 왜 나보다 늦게 온 사람이 먼저 받어?!

by 오월

약국 근무를 시작하기 전, 나도 환자의 입장으로서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이 몇 가지 존재한다.

분명 내가 먼저 접수를 한 것 같은데, 어째서? 다른 손님이 먼저 약을 받는 거지?

간혹 이해되지 않는 순간이 존재했다. 그리고 약국 업무를 하면서 그 비밀(?)을 알게 되었다.

이하, 약국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소소한 정보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접수 순서와 투약 순서의 상관관계

여러 사람이 모인 웅성거리는 소음 속 귓가를 뚫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꽃혀 들어왔다.

"아니, 접수한 지 1시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안 나와?!"

흥분으로 손님의 얼굴을 벌겋게 익어 있었다.

"확인해 드릴게요. 손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불러주신 이름을 전산에 조회해 본다.

응. 접수한 지 15분.

어떻게 15분이 1시간이 넘는 시간으로 둔갑한 것인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 손님을 필두로 시작하여, 여러 사람들이 자신도 접수한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까지 안 나왔다며 물어보기 시작한다. 접수한 지 고작 10여분의 시간이 지난 상황이었다.


물론, 접수한 지 꽤 지난 손님들도 있긴 하다.

확인해 보니 일수가 6개월이 넘어간다. 따로 챙겨 나가는 약 없이 꾸역꾸역 기계에서 약포지에 약을 넣고 있으리라.


보통 '내가 먼저 접수했는데, 왜 늦게 온 사람 약이 먼저 나와?!' 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는 이렇게 발생한다.

따로 챙겨나가는 약 하나 없이 기계에서 약을 퉤퉤 힘겹게 뱉어댄다. 모든 업무를 다 아울러 해본 경험으로 이야기해보자면, 큰 알약이 여러 알, 색 구분을 나눠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연관성 없는 색 조합, 노후된 기계로 인해 포지에 약을 맞게 뱉어내지 못할 때 환장할 노릇이다. 보통 그런 약은 포지에 알약 개수도 12알을 넘기기도 한다. 빠르고 정확하게. 그게 말은 쉽지 영 쉽지 않다.

반면 똑같이 일수가 길더라도 기계에서 나오는 약이 간단하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박스채 따로 챙겨나가는 약도 개수 계산만 잘한다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 입장에서는 내부 사정을 알 턱이 없으니 병원에서 몇 시간, 약국에서 몇 분도 기다리기 지칠 노릇일 것이다.


아, 물론..!

간혹 처방전이 겹쳐 접수 누락되는 경우도 존재하고, 기계가 여러 대이다 보니 밀려있는 기계에 배정되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여러 경우의 수가 존재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접수순으로 투약하고 있으니 '혹시, 내 거 일부러 뒤로 뺀 거 아냐?' 하는 의심은 거두어도 좋을 듯하다.



어? 제 약값이 왜 이렇게 비싸요?

분명 맞게 접수했는데 손님이 본인 약값이 이렇게 비싸지 않다고 말한다.

몇 번을 살펴보아도 틀린 부분이 없다. 미스테리다. 그때 손님의 입에서 들려오는 단어.

"병원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뭐 있다고 했는데. 병원도 그렇게 할인받았어요"

보통 이렇게 말씀하시는 경우, 산정특례 대상자일 확률이 높다.

병원에서 근무한 적은 없기에 잘 모르겠다만 특정 병명으로 처방받을 경우 산정특례라고 해서 할인코드가 적용된다. 보통 아무런 코드 없는 깨끗한 처방전이 30% 부담한다.

특례는 V로 시작하는 코드인데, 보통 10% 납부. 중증 코드의 경우 5% 납부한다.


"손님 혹시 산정특례 말씀하시는 거 맞으세요?"

"어어..! 맞아요, 그거 맞아요"

역시 범인은 특례 누락이었다.

"오늘 처방전에는 코드가 안 나와서 비싸게 나온 거고요, 진료과 가셔서 특례 빠졌다고 말씀하시고 아마 오늘 처방전에 특례 안 나와서 병원비도 비쌌을 거예요. 원무과 가셔서 이쪽에 코드 나온 걸로 처방전 교환해 오세요. 약은 그대로 짓고 있을게요"

진료과까지 가기 멀다며 투덜대는 손님을 어르고 달래서 병원으로 돌려보낸다.


간혹 스파이도 존재한다. 경증코드.

"얼레, 왜 이렇게 약값이 비싸요?"

이건 말씀드리기 참 애매하다. 왜냐고? 간단하게 말하면 대학병원에 올 정도 아픈 환자가 아니라는 것.

"음.. 경증코드인데, 대학병원까지 오지 않으셔도 되는데 오셔서 조금 더 비싸게 책정된 코드예요. 물론 손님은 아파서 오신 거긴 한데..."

혹여나 경미한 환자라는 말을 꼬아서 들을까, 기분 나쁠까, 괜히 내 사설만 주절주절 길어진다.



약값 얼마나 나올까요..?

특히 학생 때 그랬다. 혹시나 내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보다 병원비가 더 비싸면 어쩌지?

병원비나 약값이 내 예상을 비껴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소심했던 나는 혹시나 그런 경우가 발생하면 어쩌나 계산대 앞에서 남몰래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만약 그럴 때 내가 이 어플을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출근을 했는데 전산이 먹통이 되어 접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이벤트처럼 발생했다. 처방전을 보고 어떻게든 기계를 가동해 약을 지을 수는 있지만 문제는 결제 아닌가..! 약값을 알 수 없어 약을 지을 수 있어도 투약을 할 수 없어 어떡하지 싶었는데 어플 안내를 해주셨다.


이팜 모바일

"이팜이라고 어플 다운 받아서 이걸로 임의로 접수하고, 이걸로 접수한 건 금액 오차 생길 수도 있으니까 표시해서 따로 보관하게"


어플로 큐알을 촬영하니 내가 전산에서 보던 화면이 그대로 어플에 옮겨졌다.

환자 구분은 맞게 되었는지(건보, 급여 등) 특례 코드는 제대로 들어갔는지, 약 용량이랑 횟수, 일수는 맞게 들어갔는지, 해당 약품이 비급여 적용이 되었는지...

처방전의 내용과 꼼꼼하게 비교하여 약값을 산출하고 조제실로 보낸다.

조제실에서 나름 기계로 옮기기 위해 약품 타이핑을 하고 약을 낸다.


결제할 때 전산오류가 있었던 부분을 안내드리며 손님께 양해를 구한다.

"죄송한데, 저희가 지금 전산 오류가 있어서 혹시나 금액이 추가되거나 줄어드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서 안내드리려고 하는데 연락처가 어떻게 되실까요?"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아니, 내 잘못도 아니고 본인들 전산 문제면서 그걸 잘못 계산했다고 손님한테 다시 받을라고?"

"아, 그래요? 그럴 수 있죠 뭐"

이해를 해주시는 분과 그렇지 않은 분.

어쩌겠는가. 솔직히 추가 약값? 발생했다면 줘야 하는 게 맞겠지만 기분 상할 수 있는 것도 이해는 한다.


어찌어찌 접수대, 조제실, 그리고 손님들까지 혼돈의 시간을 함께 견디고 나니, 어느새 전산이 복구되었다.

어플로 입력한 처방이 맞게 되었는지 다시 전산에 입력해 본다.

다행히 모든 처방이 완벽하게 접수되었다. 다들 정신없던 사태가 해결되자 '으어어어어' 소리를 내며 푹 퍼진다.


오늘도 우당탕탕 정신없는 약국 생활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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