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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 퍼실리테이터 Aug 05. 2022

사랑을 나눠줄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



요즘의 나는 건강하다. 활력이 나를 감싼다.



오늘은 정기권을 구매하기 위해 역무실에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입장부터 퇴장까지 나는 한결같은 밝음과 당찬 에너지를 잃지 않았다. 먼저 말을 건네고, 정확하게 의사표현하고, 친절을 베푸는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친절과 당당함은 이미 몸에 배어있는 습관이다. 그럼에도 거부하고 싶을 때가 있다. 몸도 마음도 지치면 나는 제일 먼저 사람을 피한다. 숨는다. 혼자만의 시간으로 회복한다. 최소한의 접촉과 섞임조차 싫어, 유령처럼 땅만 보고 걷고, 나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으니 다가오지 말라는 어두운 기운을 온몸으로 내비친다. 무관심과 침묵의 시간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사람과 거리를 둔다.



무엇이 나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을까? 첫 번째, 몇 달 전부터 간 보조제를 먹기 시작했다. 약 때문인지 피로감이 많이 줄었다. 의욕이 생긴다. 두 번째, 본가로 이사 왔다. 요즘 엄마의 케어를 받는다. '홈, 스위트홈'이 주는 안정감에 감사한 나날이다. 집에 돌아오면 귀여운 고양이와 강아지가 나를 반기고, 끼니마다 차려지는 따뜻한 집 밥과 쾌적하고 깨끗한 집. 샤워하고 나와 선반을 열면 가지런히 정돈된 속옷과 옷가지들. 내 나이 서른하나, 그럼에도 엄마의 손길은 좋다.



야근하고 돌아와 손도 안 씻고 엄마가 있는 거실에 마주 앉았다. 나는 매번 엄마 앞에선 수다쟁이가 된다. 오늘은 출근해서 점심은 돈가스 덮밥을 먹고, 저녁은 어제부터 먹고 싶던 파스타와 피자를 먹어 배부르고, 주말에 있는 종일 워크숍 때문에 지금 정신없이 바쁘고, 이것만 끝나면 다음 주부턴 한가해질 거고~ 거침없이 떠오르는 대로 주저리주저리. 마치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방도 벗지 않고 엄마 뒤를 졸졸 쫓으며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시콜콜 보고하는 아이처럼 나는 엄마를 찾는다.



수다쟁이가 된다는 것, 당신이 그만큼 편하다는 증거. 가감 없이 나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 있는 그대로 나를 내비쳐도 편견 없이 받아들여줄 거라는 상대에 대한 신뢰의 증거.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되고, 곁에 있고만 싶은, 너무나도 사랑하고 애정 하는 친구이자 보호자가 되는 엄마의 존재. 그가 주는 두터운 안정감과 애정에 내 마음의 활력은 좀체 떨어질 일이 없다.




엄마처럼 밀도 있고 긴 교류가 아니어도, 내 주변에는 좋은 지인이 많다. 엄마만큼은 아니어도 편하게 나를 내비치고,  만나면 기분 좋게 수다 떠는 친구(동료)들이 많다. 대부분이다. 나를 긴장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은 결코 사적으로 만나지 않는다.


이런 나도 마냥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다. 걱정, 고민도 많다. 돈에 대한 갈망이 커질수록 조급함 그리고 비교에 따른 좌절감과 과연 지금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도 공존한다. 그럼에도 다시 마음을 잡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활력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건 주변의 좋은 기운 덕분이다. 불안이 나를 갉아먹어도, 주변의 좋은 기운을 마구마구 먹고 나는 다시금 튼튼해진다.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이라는 가사를 좋아한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하다. 행복에 겨워 인간애가 차오른다. 자연스레 차오르는 어여쁜 마음과 애정을 막고 싶지 않다. 평소 낯간지러워 하는 성격 탓에 표현을 잘 못할 때도 많지만, 지금처럼 사랑이 가득한 시기엔 넘치는 사랑을 마음껏 나눠주고 내비치며 살자. 또 언젠가는 이 컨디션도 주저앉아 버릴 때가 올 터이니. 때가 되면 받고, 지금은 마음껏 사랑을 나눠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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