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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란 Apr 13. 2024

멍- 한 된장찌개

뭘 해 먹을까?

머리 쥐어 짜내다가 마지막 종작치로 가는 것은 결국 제일 만만한 된장찌개이다.

이맘때면 겨우내  땅 위에서 자줏빛으로 추위를 이겨낸 냉이를 캐서 냉이 된장찌개를 끓이면 이른 봄맛에 취할 수밖에 없는데  오늘은  냉동해 둔 멍게가 생각나서 멍게 된장찌개를 해보았다.

먹다 남은 멍게가 처치 곤란이라고 했더니 남해가 고향인 친구가 된장찌개를 끓여보라고 가르쳐 주었던 적이 있다.

미더덕은 사용을 많이 하지만 멍게를 넣는다는 것은 사실 처음엔 이상해서 묻고 또 묻고 해도 멍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입맛에 맞을 거라며 적극 추천해서 알게 된 음식이다.

-멸치를 넣어 다시 국물을 만들고

-호박 고추 감자 양파를 썰어 넣고

-된장 한 스푼 고춧가루 작은 스푼하나 넣고

-팔팔 끓인다

-냉동해 둔 멍게를 꺼내

-듬성듬성 썰어

-제일 마지막에 넣고 끓여낸다.

멍게향이 물씬 풍기며 입맛을 돋우고 미더덕보다는 더 진한 바다향을 맡을 수 있으므로 멍게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남해안의 멍게는 3월부터 6월이 제철이다.

보통 생으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 멍게 비빔밥으로 많이 먹고들 있다.

우리 집 식탁엔 잊을만하면 한 번씩 올라오는 색다른 멍게 된장찌개를 다들 좋아하는 관계로

제철인 멍게가 많이 나올 때 깨끗하게 손질하여 냉동해 두었다가 편하게 꺼내 쓰고 있다.

멍게 된장찌개로 멍한 맛에 입맛을 찾고

잠시 멍하게 바쁜 숟가락질을 하면

멍게의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

텃밭의 머위는 아기 손바닥만 하던 잎들이 어느새 어른 손바닥만 해졌다.

아!  저건 튀겨볼까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 튀김은 머위의 쌉싸래한 맛을 앗아가고 고소하고 바삭바삭 소리만 기분 좋게 들려준다.

바다향 가득한 된장찌개와 봄이 한입 가득 들어오는 머위튀김으로 즐거운 봄 식단을 차렸다.


머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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