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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란 Feb 03. 2024

백발의 연탄    

비탈진 골목길에

밤새 추위를 태운

새하얀 백발의 연탄들이

일그러져 쌓여있다

본래 새카맣게

뜨거운 심장을 가졌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9공탄에서

1 9공탄으

다시 22공 탄이 되어

기름보일러에 밀리고

가스보일러에 천대받으면서도

도시의 산꼭대기 꼬부랑 골목집에

밤새 온기를 나눠줬다

달고나 국자의 달달한

추억들이 호호 언 손으로

휘휘 돌아 나와

혀끝에서 사르르륵 녹아버리는

그리움이 되었고

엄마가 구워주던 꼬치고추전이

뽈락뽈 튀어나오게 하던 너는

시간의 마술사가 틀림없어

눈 온 뒤 빙판길에

형체도 없이 부서져

미끄럼방지판이 되어주니

한 번 너의  죽음이 서러울까

찬 겨울이 심통 부리며 네 어깨를 빌려달랄 때

22개의 숨찬 뜨거움으로

이 악물며 희생하니

62년째 인생살이는 백발의 인내를

따라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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