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즐란 Apr 27. 2024

두더지 웃음소리

제법 따뜻해진 바람 한 자락에

알싸한 더덕향이

실려온다.

큼 큼 어디서?

개 코들이

하늘을 향해 바람을 향해

큼 큼 거린다.

더덕밭을 누가 건드린 걸까?

잽싸게 뛰어가봐도

아무 흔적이 없다.

개코들은 더덕밭에서

두더지 소리를 들었다.

뒷차기 옆차기로

열심히  쥐구멍을 넓혀간다.

너덜너덜 가쁜 쉼을 몰아쉬는

허연 더덕뿌리는

자연 세계의 불청객으로 얼마나 놀랐을까!

속 쓰린 전투였다.

인간의 속수무책을 어이없게 바라볼

지하왕국의 두더지 수군거림이

여기서도 뻥뻥 저기서도 뻥뻥

들려온다.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에  나와있는

두더지의 이야기 중 재미있는 것이 있다.

두더지는 가장 높다고 생각되는

해님에게 청혼을 하였는데,

해님은 구름이 나를 가리니

나는 구름만 못하다고 하였다.

두더지가 구름에게 가서 청혼을 하자,

구름은 바람이 나를 흩어지게 하니

나는 바람만 못하다고 하였다.

두더지가 다시 바람에게 청혼하자,

바람은 석불(또는 미륵)만큼은

쓰러뜨리지 못한다고 했다.

두더지가 석불에게 가자,

두더지가 땅을 파면 자기는 넘어지므로

두더지가 자기보다 나으리라 했다.

그래서 결국 두더지끼리

혼인을 하게 되었다는 유래설화가 있다.

분에 넘치는 희망을 가져 이루지 못함을 일컬을 때 두더지 혼인이라고 함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두더지는 농부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여기저기 땅을 파서 꽃나무를 넘어뜨리고 작물들을 넘어뜨리고 하니  땅밑의 두더지굴은 어떠할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많은 비에 땅이 푹푹 꺼지기도 한다.

얼마나 지하왕국이 엄청난지 부지런한 농부를 일컬어 두더지농부라고 하니 놀랄만하다.

눈이 보이지 않아 땅속에서 밤에만 활동하며 청각에 의지하여 다닌다 하니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그들에게 엄청난 두려운 존재가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바람개비를 세워 그 소리로 두더지가 활동을 못하게도 하지만 실행해 본바 별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머리 좋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두더지덫도 개발하여 인터넷에서 팔곤 하지만 개들이 함부로 뛰어다니다가 다칠 수도 있어 덫은 애당초 사용금물이다.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다 보니 그들의 천적이 있을 리 만무하여 이곳은 두더지 천국이 되어있다.

땅만 파면 두더지구멍이 여기저기서  발견되니

두더지구멍만 보이면 개들이 킁킁거리다가

운 없게도 잡히는 두더지는 아주 짧은 발이 오동통통하여 쥐와 구별이 쉽게 간다.

두더지를 잡은 날은 개들에게 특급 칭찬에 특급 간식을 주며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오늘은 두더지 시 한수에 두더지 이야기를 적다 보니 나는 맨날 지렁이니 두더지니 멧돼지니 이런 글만 적고 있다 컥!





한국 민족 문화 대백과 사전의

두더지이야기 출처- 네이버


두더지 사진 출처-네이버

매거진의 이전글 나도 꽃이로소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