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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상만두 Dec 08. 2020

찾아가는 문화공연


겨울이 한참 깊어가는 시점에 작년 가을 일기를 펼쳐보니 완전히 다른 세상 이야기 같다.

이때는 명화를 따라 그려보며 색을 쓰는 법과 구도에 대한 이해를 공부했었다.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무척 인상 깊어서 찬찬히 살펴보며 그려 보았다.

마치 그 작가의 마음이 되어 그리는 듯해보니 전혀 다른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래서 명화를 다시 그려보는 일은 큰 의미가 있고 공부도 많이 되는 것 같다.



작가의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는 화가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실력 좋은 사람들은 참 많다.

알려진다는 것,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울 만큼 어려운 일이다.

강제로 어떻게 안 되는 영역인 것 같다.  그러나 2백 년이 지난 지금 내가 이 작가의 작품을 인정해주니

아마 이 작가도 흐뭇하리라 상상해 본다. 책을 보는 소녀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우리 집 바로 옆에 있는 둥지 놀이터에 갑자기 성악가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쉽지 않은 기회라 빼꼼히 쳐다보니 문화공연을 조촐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하고 와이프와 둘이 서둘러 둥지공원으로 나갔다.

그런데 소프라노의 모습이 애처로웠다.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간듯한 애틋한 모습에

관객도 3~4명밖에 되지 않은 데다가 옆에서는 남자아이들은 시끄럽게 야구놀이를 하고 있고

애들은 오늘따라 왜 그리 빽빽 데며 울어 데는지 게다가 강아지마저도 뒤지지 않고

컹컹거리며 시끄럽게 하고 있었다.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우리 동네가 이렇게 시끄러운 곳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무대 경험이 부족한 소프라노는 그래도 묵묵히 자신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지만 기본 목소리 톤이 참 아름다웠다.

노래를 마치자마자 손이 떨어져 나가도록 박수를 쳐주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문화공연이라는 것이 이처럼 어려운 것이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동네만 특수한 게 아니라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도 싶었습니다.

소프라노는 두곡을 연달아 노래만 부르더니 도망가듯 총총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니 이런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상상도 안 갑니다. 지금은 거의 불가능 하니...


다음분들은 가요를 부르시는 분들이 나왔습니다.

'큰 그림'이라는 밴드, 물론 인디밴드였지만 경험이 많으신 듯 매끄럽게 진행을 풀어 나가시는데

이번엔 웬 할아버지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왜 이렇게 떠드냐고 민원을 넣으셨답니다.

민원만으로는 성이 차질 않으셨는지 직접 찾아오셔서 행패를 부릴려고까지 하셨습니다.

정말 산 넘고 산이었습니다. 정말 이런 일은 보통이 아니구나, 나는 못할 것 같다 싶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즐겁게 노래하고 응원하는 저희에게 CD도 나누어 주며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뭉클해졌습니다. 프로로 가는 길은 정말 쉽지 않구나 싶었습니다.


https://youtu.be/Yn5LuF-K-ig


그래도 큰 사고 없이 무사히 공연이 끝나서 다행이었습니다.

동네에서 문화공연을 한다는 게 무슨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관객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후다닥 공연을 마치고 사라지는 것보다 사전에 관람객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클래식이나 심지어 인디 음악이 일반인들에게는 얼마나 먼 거리에 있는지

다시 한번 알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심지어 그것이 무료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요.

자유롭게 노래도 따라 부르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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