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Katherine Bernhardt: Some of All My Work
<캐서린 번하드 : Some of All My Work>는 강렬하고 자유분방한 시각 언어로 동시대 미술계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현대미술 작가 캐서린 번하드의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세계 최초,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번하드가 뉴욕 미술계에 처음 데뷔하며 화제를 모았던 초기의 슈퍼모델 시리즈부터 최초로 공개되는 신작들까지 총 140여 점의 회화와 조각을 통해 그녀가 일관되게 탐구해 온 시각 언어와 뚜렷한 태도를 소개한다.
2000년대 초 뉴욕 미술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번하드는 핑크 팬더, E.T, 나이키 운동화, 크록스, 도리토스,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 등 일상적이고 시대성을 내포한 전방위적 주제를 강렬한 시각 언어로 재구성하며 주목받아왔다. 대중문화와 소비문화를 대표하는 일상의 형상들은 과감한 색채와 즉흥적인 붓질을 거쳐 새로운 회화적 맥락으로, 유쾌하고 긴장감 넘치는 시각 언어로 다시 태어난다. 그녀는 틀에 박힌 규칙을 따르기보다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감각을 믿고 형식보다 직관을 우선하며, 회화라는 매체가 지닌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자유'를 관철한다.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고 그릴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도전적인 태도는 그녀를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역동적인 작가로 만듦과 동시에 회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현대미술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삶과 작업에 영향을 준 시기별 주요 작업들을 총망라하여 시간 순으로 소개하는 다섯 개의 관으로 구성된다.
특히, 작가의 세인트루이스 작업실을 생생히 재현한 전시의 마지막 관에서 관람객들은 작가의 작업 환경을 마주하고, 작품 속 영감이 된 다양한 사물들을 통해 그녀의 창의적 세계와 삶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회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험하며, 하나의 문화적 기호로 자리 잡은 캐서린 번하드. 이번 전시에서 번하드 특유의 거침없는 에너지와 예술적 태도를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그녀의 시각 언어를 감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
SECTION. 1
Supermodels and the Beginning of Katherine Bernhardt
2000년대 초, 스물여섯의 캐서린 번하드는 뉴욕 미술계에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막 미술학교를 졸업한 그녀가 선보인 초기 회화의 주제는 1990년대부터 대중문화의 중심에 있었던 패션 매거진 속 슈퍼모델들이었다. 그녀는 보그나 엘르 잡지에 나오는 모델들에 매료되어 있었고, 거의 '강박적인 팬심(manic fandom)'으로 화보 속 모델들을 캔버스에 옮겼다.
하지만 그림에 표현된 인물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상적인 슈퍼모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번진 화장, 뒤틀린 포즈, 뚝뚝 끊긴 붓질과 엉성한 구도-정제된 묘사와는 거리가 먼, 거칠고 직설적인 그림이었다.
당시 미술계는 여전히 개념미술의 영향 아래 있었고, 회화 역시 형식보다는 내용, 즉 아이디어와 맥락을 중심으로 읽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번하드의 작업은 형태, 표현 방식, 작가가 작업에 취하는 태도 면에서 분명한 이질감을 드러냈다. 형태는 거칠었고, 구도는 느슨했으며, 빠른 붓질로 날것에 가까운 색을 사용하여 자신만의 방식을 거침없이 펼쳐 보이는 회화에 가까웠다. 여기에 광고 이미지와 여성의 몸을 과감하게 뒤틀어 다루는 방식은 당시 주류 회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접근이었다.
미술 평론가 제리 살츠는 그녀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번하드의 작업은 거칠고 본능적이며, 대담한 화가의 용기를 보여준다. 만약 그림이 배짱(gall)을 가질 수 있다면 그녀의 그림은 분명 그것을 가지고 있다."
이 시기의 그림에는 번하드가 어떤 작가인지 보여주는 단서들이 담겨 있다. 정교함이나 기성의 미감에 얽매이지 않고, 회화가 지닌 자유로움에 먼저 반응하는 태도. 그 거침과 솔직함은 지금의 번하드를 만든 시작점이었다.
Girl, 2001, 101.6 x 76.2 cm, Acrylic on canvas
캐서린 번하드의 초기 작품입니다.
코 옆에 물감이 떨어졌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에서 쿨내가 풀풀 나네요.
1980, 2001, 91.4 x 91.4 cm, Acrylic on canvas
정말 자유로운 표현입니다. 머리가 날리는 표현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네요.
Izod, 2001, 121.9 x 91.4 cm, Acrylic on canvas
Giselle (Black, Purple, Yellow), 2011, 152.4 x 121.9 cm, Acrylic on canvas
Drunken hot girls, 2007, 152.4 x 121.9 cm, Acrylic on canvas
Magic, 2010, 152.4 x 121.9 cm, Acrylic on canvas
Packman, 2001, 76.2 x 101.6 cm, Acrylic on canvas
Totally Insane, 2001, 76.2 × 101.6 cm, Acrylic on canvas
제 작업은 삶의 일기와도 같아요.
지금 제가 집착하고 있는 것들:
슈퍼모델, 스와치 시계, 모로코 카펫, 푸에르토리코
제 작업실의 샤워기, 포켓몬, 축구 등등.
제 작업은 색채에 관한 모든 것이기도 해요.
캐서린 번하드
Katherine Bernhardt
Untitled Mini, 2008,12.7 x 11.4 cm, Acrylic on canvas
The Swatch Series-Time, Painted
2009년, 번하드는 처음으로 스와치 손목시계를 그리기 시작한다. 슈퍼모델을 그리며 주목받던 시기였지만, 그녀는 이 변화가 오히려 자유롭게 느껴졌다고 회상한다. 그녀는 인물 회화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해방감을 느꼈고, 시계는 초상화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처럼 느껴졌다.
또한 첫아이이자 외동아들인 칼리파를 임신하며 자신의 몸과 시간의 개념에 대해 더 많이 인식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시계의 둥근 형태는 마치 아기를 품은 자신의 배와 닮아 있었고, 9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점점 자라나는 아기를 느끼며 그림을 그렸다. 그 시간은 그녀 자신의 유년기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스와치 시계는 번하드에게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닌, 개인적인 추억을 담은 문화적 아이콘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세인트루이스에서, 중학생 소녀 번하드의 취미는 주말마다 유일한 볼거리가 있는 백화점에 방문하여 스와치 코너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당시 10대들 사이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스와치 시계의 형태와 그래픽, 혁신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에 반해 손목에 4-5개의 시계를 차고 다니곤 했다.
시계 시리즈를 통해 회화의 중심이 인물에서 소비문화 속 사물로 옮겨가면서, 작업의 어휘와 물성이 함께 달라지기 시작했다. 색은 더욱 생생해졌고, 붓질은 느슨하고 다채로워졌으며, 바탕은 묽고 투명해졌다. 이 변화는 훗날 번하드의 대표 스타일로 자리 잡는 독창적인 회화로 이어진다. 시계 시리즈는 그렇게, 그녀의 개인적인 시간과 회화적 움직임이 겹쳐지는 특별한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Popswatch, 2017, 243.8 x 304.8 Cm, Acrylic on canvas
Needles, 2009, 121.9 x 121.9 cm, Acrylic on canvas
Grey Memphis, 2009, 121.9 x 121.9 cm, Acrylic on canvas
Breakdance, 2009, 121.9 x 121.9 cm, Acrylic on canvas
Breakdance 2, 2010, 121.9 x 121.9 cm, Acrylic on canvas
Morocco-A Turning Point in Life and Art
초기 모델 회화에서 소비문화 오브제로 시선을 옮긴 번하드는, 모로코 여행을 계기로 회화의 방향을 한증 더 확장해 나간다.
열다섯 살, 교환학생으로 포르투갈에 머물며 잠시 방문했던 모로코는 그녀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오랜 시간 그곳을 지켜온 형형색색의 직물들, 아름다운 색의 조합, 정교한 타일 세공, 삶과 자연에 대한 철학을 담은 상징적인 문양들. 모로코가 지닌 역사적 깊이와 미학적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은 어린 번하드의 마음에 깊게 각인되었다. 시간이 흘러 다시 모로코를 찾은 그녀는 '베르베르(Berber)'라 불리는 전통 카펫을 접하며, 반복과 패턴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모로칸 카펫은 색의 조합, 질감, 직조 기술, 그 안에 담긴 상징성 - 이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진 느낌이에요."
손으로 짜인 거친 기하무늬와 강렬한 색감의 리듬은 회화의 형식과 구조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번하드는 그 안에서 '패턴'이라는 회화적 언어를 본격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녀의 그림은 점차 인물 중심의 구도에서 패턴과 배열 중심으로 이동하여 갔고, 이는 이후 작업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
Tents and anti evil eyes, 2010, 152.4 x 121.9 cm, Acrylic on canvas
Sabah el Kheir, 2010, 243.8 x 182.9 cm, Acrylic on canvas
Stars and Diamonds, 2010, 121.9 x 152.4 cm, Acrylic on canvas
Valley of the Roses, 2010, 152.4 x 121.9 cm, Acrylic on canvas
모로코의 패턴마저도 캐서린 번하드 스타일로 바꿔 버리는군요.
좀 거칠지만 색상만은 아름답습니다. 흐린 눈으로 바라보면 더 근사하게 느껴지는 매직이 있습니다.
SECTION. 2
Jungle, the Birth of Pattern Painting
캐서린 번하드가 '제2의 고향'이라고도 부르는 푸에르토리코. 카리브해에 위치한 이 열대 섬에서의 시간은 번하드가 새로운 회화적 방향을 모색하게 된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2010년, 푸에르토리코에 장기간 머물며 경험한 열대의 뜨거운 감각,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 열대 섬 특유의 활기찬 문화, 풍요로운 자연을 가득 채운 생생하고 다채로운 색감은 점차 그녀의 캔버스에 더 대담한 색채를 불어넣으며 작업을 리듬감 넘치는 이미지로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그녀가 푸에르토리코로 떠나기 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브루클린에 살며 보았던 더치 왁스 프린트의 패턴, 유니온 스퀘어 근처를 걷다 마주한 스마일, 달러 사인, 하트와 같은 여러 요소들이 섞여 있는 벽면의 그라피티, 모로코 카펫에서 받은 영감은 푸에르토리코에서의 새로운 경험과 만나 그녀만의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
특히 번하드는 이 실험적인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거리의 그라피티에서 흔히 쓰이는 에어 스프레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프레이의 자유롭고 즉흥적인 흐름은 번하드의 회화에 새로운 질감을 부여했으며, 색과 구성의 자유로움 속에서 그는 점점 더 자신만의 회화적 문법을 명확하게 만들어갔다. 야자수 잎, 꽃, 코코 리코, 수박, 카프리썬, 바나나 같은 열대의 풍경은 반복과 배열을 통해 새로운 회화적 문법으로 재탄생하였고, 그들은 단순한 대상을 넘어 패턴 회화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작품들은 단순한 열대의 풍경이 아닌, 작가가 실제로 몸으로 겪고, 느끼고, 기억한 감각의 회화적 기록이다. 그리고 오늘의 예술가 캐서린 번하드 특유의 리듬감 넘치는 회화적 에너지와 다층적인 시각을 형성한 중요한 이정표들이다.
Yo Perrero Sola, 2020, 121.9 x 121.9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Benito, 2020, 121.9 x 121.9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Solo de mi, 2020, 121.9 x 121.9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Tostones + Coco Rico, 2015, 121.9 x 121.9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Tostones, Alca Puria Medella, 2015, 76.2 x 91.4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Hawaii 50, 2016, 152.4 x 121.9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Coconut water, Bananas, and Caprisun, 2015, 182.9 x 121.9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Untitled, 2015, 199.4 x 182.9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SECT.O.N. 3
Pizza, Nikes, and Toilet Paper
캐서린 번하드는 어린 시절 물건으로 가득 찬 집에서 자랐다. 그녀의 어머니는 오래된 모든 것을 보관하는 수집광이었고, 덕분에 집은 온갖 종류의 물건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신문, 아이스크림 틀, 오래된 골동품 가구 등 서로 관계없는 것들이 겹쳐진 비좁고, 잡동사니로 둘러싸인 환경 속에서 그녀는 다양한 형태와 색을 두려워하지 않는 감각을 익히게 되었다.
"제 작업은 제가 자란 집과 그 안에 있던 맥시멀리스트 미학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모든 공간이 물건들로 가득 차서 숨 쉴 공간도, 더 이상 바닥에 물건을 놓을 공간도 없었죠. 제 작업도 제가 자란 집과 같아요. 모든 캔버스에 빈틈없이 상징과 사물을 꽉 채우는 식으로요." 복잡한 시각적 자극에 둘러싸여 자란 성장 배경은 그녀의 작업 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고, 일상에서 눈에 띄는 모든 것들 - 나이키 운동화, 맥도널드 로고, 양말, 두루마리 휴지와 같은 소비문화의 상징적인 아이템 - 이 캔버스 위에 등장하게 되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상징성을 지닌 물건과 브랜드들이 그 원래의 사회적 의미나 상업적 가치를 유지한 채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번하드는 단지 형태와 색상에 반응하며 이들을 일상적인 사물처럼 그려낸다. 그녀에게 이러한 요소들은 그녀만의 독특한 시각언어를 전달하는 형태일 뿐, 그것들이 지닌 상업적 또는 문화적 의미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소비문화와 대중문화에서 추출된 상징들이 그녀의 작업에 등장할 때, 그것들은 물질주의나 상업주의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아니라 형태와 색을 위한 실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브랜드는 그저 그림 속에 자연스럽게 흡수되어 작가의 시각 언어, 즉, '캐서린 번하드'라는 그녀만의 예술을 재창조하는 재료가 된다.
Shrooming, 2022, 182.9 x 152.4 cm, Acrylie and spray paint on canvas
French Fries, 2000, 61 x 91.4 cm, Acrylic on canvas
Sunset, 2002, 61 x 76.2 cm, Acrylic on canvas
Sacai + Cigs, 2019, 152.4 x 182.9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McMushrooms, 2023, 198.1 x 182.9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Untitled, 2015, 152.4 x 121.9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Laptops and Pizza, 2014, 152 x 122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Untitled, 2015, 182.9 x 121.9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Untitled, 2015, 30.5 × 91.4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Untitled, 2019, 25.4 x 76.2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Pizza + Cigarettes, 2015, 182.9 x 152.4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Heinz Mayochup con Tostones, 2020, 182.9 x 152.4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rves
인간이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게 놀라워요.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온 어떤 행위를 지금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요.
이 컴퓨터와 기술의 시대에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정말 사랑해요.
캐서린 번하드 Katherine Bernhardt
SECTION.4
Pop Culture Icons Become Contemporary Art
캐서린 번하드의 작품에는 1980년대를 풍미했던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캐릭터인 바트 심슨, 가필드, 세서미 스트리트와 머펫은 그녀의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다. 번하드는 이들을 자신만의 실험적인 색감과 형태로 재해석하며 기존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자유롭고 도발적인 방식으로 변형한다.
한편, 포켓몬 시리즈는 1990~2000년대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이는 번하드의 작업에 큰 영향을 주는 아들과의 일상에서 비롯된 상징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그녀의 아들 칼리파가 수집한 포켓몬 카드 더미는 작업실 곳곳을 채웠고, 이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게 되었다. 그녀에게 아들은 새로운 세대의 문화 아이콘을 작품에 끌어들이는 매개체로서 서로 다른 세대 간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존재다.
이처럼 번하드는 대중문화 아이콘을 통해 개인적 경험을 풀어내고, 미술적 실험을 이어간다. 스프레이와 아크릴이 만나 만들어내는 예측 불가능한 질감과 색채는 그녀 특유의 즉흥성과 유머를 극대화하며, 이는 만화 속 캐릭터들이 지닌 자유롭고 재기 발랄한 성격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들이 번하드에게 단순한 대중문화의 상징이 아닌 조형적 실험을 위한 재료라는 것이다. 그녀는 친숙한 이미지들을 아이콘으로 소비하지 않고 순수한 시각 요소로써 회화에 흡수시키며, 이를 통해 대중문화 이미지를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로 '소유'하고 강렬한 시각 언어로 재탄생시킨다.
가필드 캐릭터를 저렇게 표현하다니 정말 과감합니다.
캐서린 번하드는 대중들의 요구를 정확히 아는 사람입니다.
이 앞에서 어떻게 인증숏을 찍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Mr. Teeth and Cheese Balls, 2020, 182.9 x 152.4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Aerobic Miss Piggy, 2021, 198.1 x 182.9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Happiness, 2018, 182.9 x 152.4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Chillin', 2010, 182.0 • 162.4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제대로 심슨의 엉덩이를 살렸네요. 아들이 얼마나 좋아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Umbreon, 2021, 152.4 × 121.9 cm, Acrylle and spray paint on canvas
Wobbuffet, 2021, 152.4 x 121.9 cm, Acrylie and spray paint on canvas
Surfing Pikachu, 2023, 152.4 x 121.9 cm, Acrylie and spray paint on canvas
악 이거 동심 파괴 아닌가요~! 놀랍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좋아했을 것 같네요.
Pikachu Thunderbolt 190, 2021, 152.4 x 121.9 cm, Acrylie and spray paint on canvas
Ditto Power Transform 50, 2021, 152.4 × 121.9 cm, Acrylie and spray paint on canvas
Ditto VMax Ju Ju, 2021, 152.4 x 121.9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Basic Ditto, 2021, 40.6 x 50.8 cm, Acrylle and spray paint on canvas
Indeedee, 2021, 152.4 × 121.9 cm, Acrylie and spray paint on canvas
Get Bent, 2022, 152.4 × 121.9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Mooning and Shrooming, 2022, 152.4 x 121.9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Caught, 2022, 152.4 x 121.9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벽면에 패턴 핑크 라인도 작가의 붓터치를 재현했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는 정말 많이 신경을 쓴 듯합니다.
쿠키 몬스터들 반갑네요~
드디어 도착한 작가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입니다.
바닥에 잉크자국까지 재현한 모습에 놀랐습니다. 참 꼼꼼하게 재현했네요~
예술이 자라나는 캐서린 번하드의 스튜디오
스튜디오 재현에 사용된 물감통, 스프레이, 붓과 같은 작업도구들과 신발, 양말, 과자 및 기타 오브제들 그리고 실제 작품인 티셔츠와 피자 작품은 모두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캐서린 번하드의 작업실에서 직접 가져온 실제 물품 및 작품이라고 합니다.
SECTION. 5
Katherine Bernhardt's World-Where Art Grows
마지막 섹션에는 미국 미주리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캐서린 번하드의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에서 이번 전시작 중 가장 초기작인 1997년도 작품,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핑크 팬더 시리즈, 그리고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신작들을 한자리에 소개한다.
자동차 정비소로 사용되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번하드의 작업실은 단순한 창작 공간이 아닌, 예술적 실험과 일상적 경험이 융합된 살아있는 공간이자 그녀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곳이다. 겹겹이 놓인 캔버스, 바닥에 흩뿌려진 물감 자국, 늘어져 있는 페인트 통, 두루마리 휴지로 쌓은 탑,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여러 종류의 과자와 오브제들, 아들의 농구 골대와 포켓몬 카드. 특히 작품에 자주 등장하며 그 안에서 종종 작업을 하기도 하는 선명한 그리드의 초록색 샤워실은 번하드의 스튜디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자유롭게 놓인 이 모든 것들이 그녀가 좋아하고, 작품의 모티브와 영감이 되는 다양한 일상의 조각들이다.
"그림은 흘러야 하죠. 저는 그림이 말하려고 하는 걸 멈추려 하지 않아요."
번하드의 작업은 주로 스프레이 페인트로 빠르게 드로잉 한 후 캔버스를 바닥에 눕혀 희석한 아크릴 물감을 흘려 넣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그녀의 캔버스는 색과 형태가 흐르고, 만나고, 폭발하는 에너지들로 가득 차게 된다. "좋은 화가들은 자신의 예술을 과도하게 분석하지 않고, 주변 세계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에 집중한다"라고 이야기하는 작가는, 그녀의 신념처럼 직관적인 감각에 의존하여 즉흥적으로 작업한다.
이 공간은 관객이 작가의 내밀한 창작 환경에 직접 들어서는 듯한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그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번하드의 예술이 자라나는 이 무질서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현장에서 번하드의 회화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삶의 조각들로부터 출발했는지를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Munch, 2024, 304.8 x 243.8 cm, Acrylie and apray paint on canvas
작업실에 웬 농구대일까요?
늘 작업실에만 있던 엄마가 아들에게 미안해서 설치한 거라 합니다.
엄마의 애정이 넘쳐 나는 것 같네요. 그 와중에도 농구대 아래 부분에 물감이 튀겨 있는 디테일 사랑합니다.
Over Indulge, 2024, 243.8 x 304.8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Snack, 2024, 243.8 x 304.8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Counter Punch, 2024, 243.8 x 304.8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화분에도 페인트 자국이 있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The Shower made of Squares
캐서린 번하드의 일상 속에서 샤워실은 특별한 공간이자 매개이다. 그녀의 작업실, 작품 수장고, 그녀가 생활하는 모든 장소에는 눈에 띄는 샤워실이 있다. 그리고 이 샤워실들은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닌 그녀의 예술적 영감이 샘솟는 장소이자, 작품 속 배경으로 반복 등장하는 구체적이고 사적인 풍경이다. 번하드는 이곳에서 사물들이 샤워를 한다고 상상한다. 크록스, 담배, 핑크 팬더, 버섯 같은 일상적이고 대중적인 이미지들이 물기 어린 타일 위에 놓인다. 이처럼 엉뚱하고도 기묘한 설정은 번하드 특유의 유머와 회화적 태도를 잘 보여준다.
"네모난 타일의 샤워실은 그리기에 재미난 주제이고, 공간의 원근법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죠. 신발이 샤워하는 것은 저에게 그냥 재밌는 장면이랍니다."
작은 욕실 안의 타일 격자는 그녀 회화의 구조이기도 하다. 일정하게 반복되는 정사각형의 네모난 타일은 이미지가 놓이는 틀이자, 혼란스러운 구성을 지탱하는 리듬이다. 하드는 이 패턴이 1970년대 이탈리아 디자인 그룹 슈퍼스튜디오(Superstudio)의 그리드에서 비롯되었으며, 그녀가 자란 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들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샤워실 벽면을 이루는 초록색 타일과 형광의 주황색 줄눈은 모두 그녀가 직접 고른 것으로, 그녀 작업에 등장하는 타일 모티프의 원형이 기도 하며 개인적인 공간을 회화의 배경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슈퍼스튜디오(Superstudio)
건축, 디자인, 예술, 철학을 결합한 실험으로 1960~70년대 이탈리아 급진주의 디자인을 대표 디자인 그룹
작가가 가장 영감이 많이 떠오르는 것이 샤워할 때라고 합니다.
타일까지 구현한 게 현장감이 느껴져 멋집니다.
Tailsman, 2024, 182.9 x 198.1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Tub Time, 2023, 243.8 x 304.8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Bathroom, 2024, 243.8 x 304,8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Cascade, 2024, 152.4 x 121.9 cm, Acrylic and apray paint on canvas
화장지 하나도 예사롭지 않네요. 화장지만 쌓아 놓아도 작품 같아 보이네요~
Pink Panther + Scotch Tape + Green Plantains
2019, 304.8 x 609.6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가장 큰 대형작품입니다. 스카치 3M 테이프가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Katherine Bernhardt's E.T.
1982년, 우주에서 온 외계 생명체 E.T. 와 어린이들의 우정 어린 교류를 그린 영화 <E.T.>는 당시 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며 전 세계에 붐을 일으켰다. 일곱 살의 꼬마 번하드 또한 <E.T.>에 빠져 동네 영화관에서 무려 스무 번 관람했으며, 스티커 북과 퍼즐, 목욕 매트까지 수집하며 이 캐릭터에 깊이 몰입했다.
이처럼 1980년대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영화 <E.T.>는 번하드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시절의 기억은 번하드의 시각적 상상력 속에 오랫동안 각인되어 있었으며, 오랜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후 고향 집에서 다시 이 캐릭터와 마주하게 된다. 집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어린 시절의 스티커 북은 과거의 감정을 되살려냈고, 마당에서 시작한 새로운 연작 속에서 E.T. 는 다시 등장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E.T. 는 번하드의 그림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고정 캐릭터가 된다. 핑크 팬더처럼 아무 배경에나 불쑥 나타나며 예측할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자전적 맥락이 깃들어 있다. 외로움, 유년기의 감정, 낯선 존재로 느껴졌던 자기 자신, 그리고 여전히 이어지는 정체성의 탐색은 E.T.라는 형상을 통해 캔버스 위로 다시 불려 나온다.
"캐서린과 E.T. 는 공통점이 많다. 외딴 교외에서 자라며, 그 장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일종의 존재론적 고통을 겪었다."- 언니 엘리자베스 번하드
번하드에게 E.T. 는 단순한 추억이나 문화적 상징 그 이상이다. 실제로 번하드는 많은 흥미로운 캐릭터들을 회화에 등장시키지만, 그들은 단지 '형상 일뿐이며 오직 E.T. 만이 그녀가 난생처음 집착할 정도로 빠졌고, 개인적인 감정을 이입했던 유일한 캐릭터라고 이야기한다.
즉, E.T. 는 작가 캐서린 번하드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자, 회화 속에서 다시 자신과 마주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자아이다.
Untitled, 1997, 76.2 x 76.2 cm, Acrylic on canvas
Untitled, 1997, 76.2 x 76.2 cm, Acrylic on canvas
Caramello, 2024, 121.9 x 152.4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Godiva, 2024, 121.9 x 152.4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Stellar, 2024, 243.8 x 304.8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Stellar, 2024, 243.8 x 304.8 cm,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호탕한 작품 잘 봤습니다.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