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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by 상상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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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나 가는 것을 색으로도 알 수 있다.

바로 거리에 있는 나무들의 잎색이 변하는 것에서 느낄 수 있는데

모르고 지나쳤을 때는 아무 감흥도 없었는데 알고 나서 찬찬히 쳐다보니 온 사방의 나무들이

마치 패션쇼의 모델처럼 서서히 옷을 갈아입는 것 같은 느낌을 알게 되자 짜릿하게 다가왔다.

어떻게 시퍼런 녹색이었던 아이들이 이렇게 노랗고 빨갛게 변하는지 정말 자연은

대단한 예술가이다. 핏빛 황금색으로 바뀌는 잎들을 바라보며 여름의 끝자락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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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다.

Autumn is a second spring when every leaf is a flower.

- Albert Camus 알베르 까뮈


가을이 되어 형형 색색의 단풍들을 시인은 꽃들에 비유해 2번째 봄이라고 표현하다니 대단하다.

아주 감각 있고 느낌 있게 표현한 알베르 까뮈

매일 아침 산책을 하며 자연이 그려낸 거친 듯 자연스러운 하늘과 불타오르는 듯 붉게 물들어 가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두 번째의 봄이라는 말에 강한 공감을 느낀다.

요즘 들어 가을이 너무 짧아져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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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떨어져 있는 낙엽들이 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냉정하게 말하면 죽은 사체와도 같은 낙엽이 오손도손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작은 돌멩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같이 보이기도 했다.

큰 나무에 매달려 살아갈 때 어떤 야망과 꿈을 키웠을까? 그러다 문득 색이 변하고 나무에서 떨어질 때의 사연은

어떠했을지 상상이 안될 정도로 수없이 많은 일을 겪었을 것 같다.

천둥이 치는 무서운 밤도 있었을 것이고 황금 물처럼 빛나 오르던 영롱한 아침 햇살을 머금을 때와 푸르른 하늘빛을 쳐다보며 싱그러운 녹색으로 빛나던 시절, 벌레에게 몸을 뜯겨 여기저기 구멍이 났던 시절 등 각 나뭇잎마다 모두 다른 세계를 바라보았을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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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나뭇잎들이 아침 서리를 맞아 물기를 머금고 있을 때 쳐다보면 보석보다 영롱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도저히 저렇게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안타까워 고이 집어 모셔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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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낙엽에도 나이가 있다.

떨어진 지 얼마 안 된 어린 나뭇잎은 그 자체로 아직은 자신의 미모와 색을 뽐내는 듯이 보이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의 오래된 나뭇잎은 수분이 없어져 말라 형태가 일그러지고 색도 짙은 고동색으로 바뀌며 나뭇잎의 형태를 버리고 흙으로 변신하는 듯이 보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이 든 나뭇잎은 밟으면 바스락 거리며 아름다운 음을 만들어 낸다.

반전이다. 마지막 단말마처럼도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삶에 대한 아름다운 노래처럼 들리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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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쯤 나이가 든 낙엽도 매력적이다.

큰 나뭇잎일수록 핏줄처럼 뻗은 잎맥이 잘 드러나 마치 열심히 일하는 공사장 인부의 손등에 패인

굵은 핏줄처럼 열심히 살아왔다는 모습을 역사처럼 기록되어 있는 것 같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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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낙엽들은 잎맥이 잘 알아보지 못하는 외국어 글귀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한문 같기도 하고 아랍어 같기도 한 그 형태는 낙엽의 삶의 궤적을 느끼게 한다.

제법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뚫린 잎사귀를 보아하니 거친 파도를 견디지 못했나 보구나

혼자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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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으로 빛나는 낙엽이었다.

이 낙엽은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너무나 곱게 노란색에서 붉은 갈색이 조화로워서

절로 감탄이 나오는 낙엽이었다. 멋진 삶을 살았나 보구나.

뮤지컬 디바처럼 화려한 인생을 살았을 나뭇잎을 바라보며 경외감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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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맥이 고르지 않고 약해 보이는 걸로 보아하니 사무직일을 했던 나뭇잎인가 하고 생각하며

피식 웃게 되었다. 너무나 인간적인 관점에 실소를 하지 않을 수 없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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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항전하듯 말려 올려진 낙엽은 사실 말리기에도 이미 늦은 상태다.

늘 봐왔지만 이렇게 그림을 그리며 찬찬히 보니 말리고 휜 모습이 어느 발레리나 못지않게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푸르게 빛나던 나뭇잎은 영원할 것처럼 나무 저 위에서 빛나더니 어느새 찬바람이 불면 이렇듯 누구나 할 것 없이

다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는구나 생각이 드니 울컥 세상사를 본 것 같아 코끝이 찡해진다.

이런 과정을 매년 반복하고 있었는데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다니 반백이 되고 나니 어느 정도는 알 것도 같다.

이 아름다운 시절 제2의 봄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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