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선 Jul 25. 2024

시니어마을과 전원주택

노후에 어디서 살아야 하나

충주에  집짓기  몇 년  양평에서 전원생활을  해보려고 여기저기 집을 알아보다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다. 건축가 교수가 설계를 하고 지은 집이라 디자인도 멋지고 재료도 좋은 걸 쓰고  잘 지어서 맘에 들었다. 하지만 가격이 조정이 잘 안 되어서 계약이 되지 않았다. 도시생활에 지치고 몸에는 지병이 생긴 터라 꼭 전원생활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마음에 딱히 드는 집도 위치도 없어서 나 스스로 집을 지어 보기로 하고 땅부터 구했다.

그곳은 충주 탄산온천 근처 국망산 산자락에 조그만 밭이었다. 그 땅을 사고 지목을 대지로 바꾸었다.

예전부터 생각해 둔 집을  초안을 잡아 후배건축가교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렇게 나만의 전원주택은 지어졌다.

조경을 계획하고 나무를 심고 꽃을 심었다.

그렇게 나의 전원주택은 아름답게 자리를 잡아갔다.  산에 오는 사람들이 집구경을 하러 왔다. 옆에 땅이 팔리고 집들이 하나둘씩 들어섰다. 어느새 9채가 생겨났다. 좋은 이웃들이 생겨서 좋았다. 하지만 주말이면 조용히 지내기가 어려워졌다. 계속되는 공사의 소음도 만만치 않았다. 좋은 것도 있지만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았다. 점점 집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손봐야 할 것이  많아졌다. 나무들도 전지를 해서 가꾸어야 하고 잡초와 전쟁도 치렀다.

산 중턱이라 각종 벌레와 모기, 산 짐승들도 처리해야 했다. 즐기는 건 잠깐이고 늘 일을 해야 하는 게 전원생활이다.

몸은 늘 힘들고 나이가 들수록 지쳐만 간다.

 일이 그렇게 많은지 할 일은 끊임없이 생겨난다. 돈이  많으면 사람을 시켜도 좋지만 내 생각만큼 일을 해주지  못하니 다시 내가 손을 대야 한다. 그럴봐에야 처음부터 내가 하는 것이 낫다.

운동 삼아해 보려고 했지만 이건 운동이 아니라 노동이다. 전원주택은 자신이 감당할 정도 사이즈가 좋다. 견디다 못해 팔았다.

며칠 전 양평 부동산에서 전에 흥정했던 집이 급매로 나왔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그것도 반값으로ᆢ

그분도 전원생활에 지쳤나? 집주인 나이가 그때도 적지 않은 나이였다. 세월이 지나고 점점 힘이 드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집을 팔고서 근처에 사시던 선배분들이 집을 어떻게 팔았는지 문의를 해오시는 분이 많다. 나이들이  있으셔서 전원생활을 점점 힘들어하시는 분들이다.

며칠 전 텔레비전을 보는데 시니어 타운이 소개되었다. 적은 평수 아파트로 되어서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이 살 수  있게 되었다. 여기저기 많이 생겨나는 게 요즘 노년 생활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는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동아리도 있고  무엇보다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다. 병원이 연계되어 진료를 손쉽게 받을 수도 있다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더구나 혼자 있어도 몆 시간 동안 낮에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이상 없는지 확인도 해주는 기능도 있고 비상벨도 있다니 돌연사나 사고를 당해 움직일 수 없을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파 움직이지 못하면 식사도 배달해 주고 간병도 해준다니  자식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노인에게 제격일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으니 노년 생활에 딱 맞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모든 게 다 좋은 건 아니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니  문제가 없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사람들과의 관계가 문제다. 그래서 다시 퇴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더 많은 혜택을 받으려면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니 경제적 능력도 문제다.

나이가 들고 건강하게 경제적으로 윤택하다면 오래 사는 게 축복이다. 하지만 아프고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그건 재앙일 수도 있다.

이제 자식도 하나. 둘이고 그들도 먹고살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자식에게 기대할 수도 없게 되었다. 우리는 베이비부머 시대에 태어나서 힘들게 자라고 열심히 일해서 자식을 키우고  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이제는 자식보다 나 스스로 노년을 걱정하며 살아야 한다.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노년의 계획을 세워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낙향을 해서 텃밭에서  채소를 키우고 정원을 가꾸며 살지, 시니어 타운 같은 곳으로 가서 식사와 여러 가지를 제공받으며 살지, 지금 있는 곳에서 버티며 살지 선택의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아직 결정은 못했는데 어김없이 하루는 저물어간다.

작가의 이전글 나를 엿보는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