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길은 같아도 같지 않다.
겨울의 끝나감을 아쉬워하듯 3월 중순이 지났는데 대관령에는 폭설이 내렸다. 연이어 내린 눈은 쌓인데 또 쌓여 걷기도 어렵다.
눈이 그친지 이틀이 지났다. 그래도 따뜻한 봄볕은 어쩔 수 없는지 쌓인 눈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집에만 있는 게 답답하기도 해서 인터콘티넨털 호텔 앞 호숫가를 걷기로 했다.
그늘진 부분에는 눈이 쌓여 아직 걷기에 미끄럽기도 하고 눈이 녹아내리고 있어 질퍽해서 걷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볕이 잘 드는 곳에는 눈이 거의 다 녹아 걷기가 한결 수월했다.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는 내린 눈도 다 녹고 바짝 말라 언제 눈이 왔느냐는 듯 아주 걷기 좋은 길이었다.
같은 호숫가 둘레 길인데 자연환경에 따라 상태가 아주 달라진 것이 마치 우리네 인생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지점에 있느냐에 따라 걷기도 힘들고 미끄러질까 봐 조심을 해야 한다. 눈이 녹아내리는 지점에는 신발이 젖을까 봐 조심스럽게 걸어야 한다. 또 바짝 마른 길에서는 마음 놓고 걸을 수가 있다.
마치 우리의 삶 같은 게 아닐까? 살다 보면 힘도 들고 어려울 때도 있고 조심하며 살아야 하기도 한다. 좋은 길에서는 마음 놓고 즐겁게 살 수도 있다.
호숫가 한 바퀴 도는 게 우리의 인생길이라면 힘든 길 나쁜 길 좋은 길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지금 내가 힘든 길을 걷고 있어도 좋은 길은 있을 테고 미끄러운 길도 있을 것이다.
사는 게 다 그런 거라면 지금 힘든 길이라도 낙심하거나 좌절할 이유가 없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눈이 녹고 나뭇잎들이 푸르러지는 봄이 오는 것처럼 나의 삶에도 봄은 올 것이다. 곧 걷기 좋은 길이 나타 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