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선재의 야생화 4

소박한 여인 같은 으아리 꽃

by 김재선

몇 년 전 국망산을 오르다 바위에 외롭게 매달려 있는 아이 손바닥만 한 꽃을 보았다.

멀리서 처음 보았을 땐 누군가 바위 위에 않자 쉬다가 손수건을 떨어 트리고 간 줄 알았다.

가까이 가보니 그건 손수건이 아니라 우리나라 토종 야생화인 으아리 꽃이었다.

줄기가 구두끈보다 가늘어서 줄기는 잘 보이지 않고 꽃만 허공에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워낙 아내가 좋아하는 꽃이라 잘 캐다 집에 심어볼 요량으로 가는 줄기를 따라 바위 밑에 내려가 보니 짐승이 밟고 지나갔는지 줄기가 땅에 닿을 쯤에 끊어져 있었다.

조심스럽게 땅 위에 솟은 줄기를 찾아 뿌리째 잘 캐서 하선재에 가져다가 볕이 잘 드는 계단 밑에 심었다.

날마다 물을 주고 정성을 쏟았건만 새로운 줄기가 나오지 않다가 올해서야 삼 년 만에 꽃을 피운 것이다.

계단 밑에 흰 철쭉을 심어 놓은 터라 처음엔 잘 분 별 하지 못했는데 꽃이 가는 줄기를 따라 피고 보니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그 꽃을 본 아내 얼굴이 꽃처럼 환해진다.

"너무 아름다워요"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아내를 보면 고생하며 옮겨 심어 놓길 잘했다는 마음이 든다.

으아리 꽃과 비슷한 외래종인 클레마티스 꽃이 있지만 클레마티스는 더 크고 화려하다.

클레마티스는 화려하게 치장한 도시의 커리어 우먼 같다. 하지만 으아리 꽃은 흰 한복을 입은 소박한 시골 아낙네와 같은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으아리 꽃은 정겹다.

달빛이 환한 한밤에 으아리 꽃을 보고 있노라면 우물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빨래하는 아낙네들 같다.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정갈하고 지조 있는 선비의 아낙 같은 모습이다.

차를 마시면서 으아리 꽃을 바라보는 아내의 얼굴도 어느덧 으아리 꽃을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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