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의 하선재

by 김재선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산속의 무더위는 장마 때 내린 비를 나무들이 많이 머금은 탓에 습해서 더 끈 쩍 하고 더 덥다.

조금만 움직여도 많은 땀이 흐른다.

지하에서 뽑아 올린 암반수는 한 여름 더위인데도 몸에 으면 소스라치게 차갑다.

그물로 등목이라도 할라치면 뼛속까지 한기가 느껴진다.

그물에 담가 놓았던 수박을 쪼개어 먹으면 이까지 시리다.

그렇게 더위를 식히고 커다란 단풍나무 아래 평상에 누웠다.

매미소리가 요란한 것이 여름이 끝나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성급한 잠자리들이 날개에 가을을 묻혀왔다.

장맛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하늘은 높고 푸르다

가을이 성큼 닦아서 고 있다.

백일홍 나무의 붉은 꽃이 탐스럽게 피고 맨드라미 꽃이 빨안간 닭 볏만큼 나오기 시작했다.

풀벌레 소리가 잔잔한 안개꽃 사이로 요란하게 들려온다.

아내가 복숭아를 깍아들고 나왔다.


앙성 , 감곡 , 장호원은 복숭아가 많이 나온다.

여기 와서 알게 된 거지만 복숭아에도 종류가 참 많다.

백도. 천중도. 알버트. 미백 등

복숭아 효능도 다양하다.

하지만 복숭아는 쉬 무르고 상하기 쉽다.

냉장고에 넣어두면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보관이 힘들다.

복숭아는 조그만 흠집이나 상처가 있음 상품가치가 없어진다.

그걸 파지라고 하는데 그건 많이 싸게 판다.

먹는 데는 지장 없는 것으로 대부분 현지 사람들은 그걸 먹는다.

나도 한 박스 가득 만원 주고 사 왔다.

그 정도면 하선재 있는 사흘 동안 실컷 먹을 수 있다.

제철과일을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건 나로서는 또 하나의 행복이다.

복숭아가 물릴정도가 되면 이곳에선 사과가 나오기 시작한다.

과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끔 아시는 분들께서 비록 파지지만 몇 박스씩 그냥 주시기도 해서 그걸로 효소도 담그기도 하고 설탕 넣고 끓여 간슴매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말로 복숭아 조림이라고 해야 하나?


일 년 내내 농사지은 고생에 그냥 받기가 부담스러워 약간의 사례를 하지만 호박이며 기르는 채소들을 함께 주셔서 늘 드리는 것보다 더 받는다.

늘 받는 사랑이 더 많으니 난 늘 빚진 자이다.

그것 또한 겸손하게 하는 일이니 그 사랑도 감사하다.


복숭아를 하나 집어 입에 넣으니 그 달콤함과 향이 입안 가득 하나 퍼진다.

적당하게 무른 복숭아 아살은 씹는 기분조차 즐겁고 행복하게 한다.

누가 그랬던가 복숭아는 천상의 과일이라고.

왜 그랬는지 정말 맛있는 복숭아를 먹어보면 알 것 같다.


맛난 복숭아를 먹고 평상에 누워 푸르는 하늘을 쳐다보고 있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

아내가 해주는 부채질에 낮잠 삼매경에 빠져든다.

가끔 짓궂은 잠자리가 깨우긴 해도, 풀벌레 소리가 요란해도

커다란 단풍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산바람은

더 깊은 잠으로 인도한다.

하선재의 한여름은 그렇게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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