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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선 Jan 28. 2023

삶의 선택이란?

아쉬운 추억

나이가  들면서  추억이란 게 생기기 시작했다.

추억은 꼭 오래 살아서만 생기는 건 아니다.

어려도 나름대로 추억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추억의 공통점은 뭔가 조금은 아쉽고 때론 그립다는 것이다. 가끔은 고생스럽고 기억하기조차 고통스러운 추억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잊히지 않고 생각되는 건 좀 애절했거나 아쉬웠거나 후회가 되는 게 보통이다.

나도 그런 추억이 있다.  70년대 중반 고등학교시절 여의도에서 학도호국단 각 학교대표들이 모여서 열병 연습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때 한동네 살던 여학생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 여학생도 자신의 학교 대표로 참석했던 것이다.  등교시간이 비슷한

학생들이라 가끔 버스에서 보곤 하면서 남몰래 첫사랑을 키워갔는지도 모른다. 우여곡절 끝에 여학생이 나가던 교회도 따라 나가게 되고 함께 과외공부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게 되었다.

당시 우리 집 형편으로선 과외수업을 받을 형편이 되지 못했지만 내가 모두었던  용돈을 다 털어 두세 달 정도 함께 공부를 했다.

그냥 한두 시간 같이 있는다는 것과  가까이에서 그녀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것 만이라도 과외비는 아깝지 않았다. 지금은 무슨 이유  문인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과외수업 하는 것도  몆 달 가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시간은 흐르고 예비고사를 치르고    대학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대로 되었다.

난 서울대학을 모두 뒤로하고 인천에 있는 공대로 그녀는 지방에 있는 사대로 가게 된 것이다.

대학생이 되면 좀 더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대학에 들어가 보니 매일 데모에 저녁마다 삼삼오오 모여 막걸리나 마시고 미팅한다고 나이트클럽 가기가 일쑤인 나에겐 공부는 완전 뒷전이었다.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늘 경제적 제한이 많았던 나는 일찍 아르바이트길로 들어섰다. 그러다 보니 이전 그 여학생의 모습도 점차 희미해져 가고 말았다.

군대를 가기 전  그 여학생을 보려고 그녀가 다닌다는 학교를 찾아가려고 했다. 막상 삼 년이 지난 시간에 그녀를 찾아보겠다는 것이 나만의 생각 같아 머뭇거리다가  결국 친구들과 망상해수욕장으로 피서를 가고 말았다. 바다에 도착할 때까지 많은 후회가 밀려왔지만 어떠한 확신도 없었던 난 모든 것을 놓고 말았다. 끈 떨어져 버린 연처럼 모든 게 하늘높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때 만약 내가 바닷가를 찾기보다 그녀가 다니던 학교를 찾아갔더라면 어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나의 부족한 적극성이 많이 후회가 된다. 지금 오랜 시간이 지나고 가끔 듣게 되는 그녀의 상황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동안 교사로 수고와 엄마로서 아내로서 살아온 그녀의 과거를 엿보게 되는 나로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녀가 100% 행복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가 아픈 것도 그동안 내가 돌봐주지  못한 내 탓 같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지나친 기우일까?

지금 내 가정도 100% 행복하게  지켜내지 못하면서 너무 주제넘은 것이라고 웃고 만다.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나라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어쩌면 더 불행하게 만들었지도 모를 텐데ᆢ

현실과 꿈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 같이ᆢ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이는 법이다.

그래서 뭇사람들은 첫사랑이 더 애절하게 기억되는 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하지만 지금 산전수전 다 겪고 이미 늙어버린  지금 상태에서 생각해 본다면 생각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의 상태가 예전처럼 애틋하고 아름답지는 못할지라도 아주 가끔은 예전으로 돌아가 계속 만나왔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혼자 씁쓸하게 웃어본다.

아이들이 커가고 손자가 생긴 나이에 추억은 아름답지만 현실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많이 벗어나 버렸다. 이게 현실이다. 이제 다시 만나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다시 태어나야만 가능할 거다.

지난 한여름밤의 꿈처럼 아스라하다. 나만이 혼자 간직할 꿈이고 사랑이다.

산다는 게 생각처럼 녹록지 않지만 오십 년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난 다른 선택을 했으리라.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계획에 의한 결정을 하지 말고 마음이 가는 대로 결정하라고ᆢ

그래야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게 될 거라고 ᆢ

어떻게든 인생은 살아가게 되어있다. 늘 순간의 선택을 하면서 사는 게 인생이다. 선택 하나하나에 인생의 가는 길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면 우린 생각지도 못했던 인생을 살게 되는 것 같다. 그건 누굴 탓할일이 아니다.

그건 내 선택이었고 나의 결심이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부모탓이나 환경을 탓하기도 하겠지만 그 모두가 부질없는 짓이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이고 내가 선택하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나의 삶은 모두가 나의 탓이고 나의 선택의 결과이다.

지금 선택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잘 생각하고 결정을 해야 할 테지만 나라면 생각보다 마음이 가는 대로 결정할 것이다. 그래야 훗날 후회를 덜하게 될 테니깐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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