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맑음
거울 같은 꽃을 드렸네
거울 같은 꽃을 보시네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이 다 거기에 있네
내가 몰랐던 말들도 다 거기에 있네
내가 보는 세상은 온통 유리로 되어 있네
평평한 그것들에 내 손바닥을 대면
파란 하늘이 비치네
언뜻 왔다가 사라지는 형상이 있네
어느 곳 어느 것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 보이네
그렇게 하염없이 보고 서있네
아몬드를 심었다
네 알 중 하나에서 뿌리가 났다
조급한 마음에 물을 너무 줘
곰팡이가 찾아들었다
더 이상 살지 못할 것처럼 하얘진 애를
미련으로 더 묻어 두었다가
할 수 없어 파냈다
징그럽게 길게 내린 뿌리가 어쩐지 날 닮아
차마 쓰레기통에 넣진 못하고
곰팡이가 핀 배젖을 잘라내니 뿌리 바로 위 쌀알 같은 푸른 잎이 있었다
그렇게 딱딱하게 마른 껍질 안에
이렇게나 연약하고 말간 새것을 낼 힘이 숨어 있었다니
좋은 나무는 못 될지도 모르지만
나는 흙을 파고 그를 다시 싶었다
이제 곧 햇볕이 사람들의 여린 살갗을 끄집어내는 봄날이 오면
새것은 쉬이 죽지 않는구나
뱀의 해, 뱀 같은 꼬리를 단 부끄러운 작은 얼굴
10⁻¹³
202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