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맑음
햇볕에 녹아 버릴까 두려워
창 안에서만 눈사람을 만들던 사람은 모른다
눈을 다질 때 터지는 숨소리도
원하는 만큼 크게 뭉치기가 어려워 동동 구르는 언 발의 통증도
내가 원하던 사랑이
얼마나 넓은 곳에서
얼마나 잔인하게 모든 것들을 멕여 다져야 하는 지
쌓은 만큼 녹아가는 것
세상 모든 것들은
시간에 뜯겨 조각나지만
시간이 잠든 것 같은 미쳐버린 감도의 시간
이때 우리 얘기해요
우리가 영원이라고
지금 우리가 어땠고 그때 우리가 어떨지
낮이 되면 때론 우리는 다른 곳에서 걸어야 하겠죠
다짐해요 때론 더 멀어진다 해도
저도 걷기를 멈추진 않겠어요
밤에는 돌아와요
꿈속에서도 꿈을 꾸고
또 꿈속에서도 꿈을 꾸고
그대를 데리고 몇 겹의 말주머니 같은 시간 속으로
아침이 이 우리들을 다 닫으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말을 나눠야 할까요
몇 천 개의 문들을
몇 천 개의 종점들에서
좋아요
그래도 우리가 쌓은 이 더미는
영원할 것 같은 겨울의 풍경으로
봄의 끝까지 저항하고 서 있을지도요
더 이상의 시작은 오지 못하게
10⁻¹³
2025.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