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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영 글쓰는한량 Feb 05. 2024

미친 거 아니야

반백살, 풋살을 시작했다

평소 다정다감하기로 소문난 나의 오랜 친구 A, 그녀는 그 누구보다 타인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보듬어주며 분쟁이 있는 곳에 평화를, 아픔이 있는 곳에 공감과 위로를 해주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희귀종에 가까운 '착한' 사람이다.




그녀를 아주 오랜만에 만났다. 못 만난 사이 서로에게 일어난 새로운 일상들과 취미, 최근에 본 드라마 이야기, 말도 참 안 듣는 남편과 아이들 얘기까지 펼쳐놓고 이야기하다 문득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너는 요새 뭐가 제일 재미있어?"


잠시 0.1초간 그녀는 머뭇거린다.


"재미! 야~ 반백살에 '재미'는 무슨 재미, 그냥 다 시큰둥해! 그냥 살던 대로 사는 거지. 그러는 너는

뭐 재미있는 거 있는 모양인데 그런 질문을 하는 거 보니?"


나 역시 0.1 초간 머뭇거린다.


"그게 사실 나 운동을 하나 시작했어!"


"운동! 지나가는 강아지가 웃겠다! 맨날 앉아 있는 네가 무슨 운동? 뭐 또 걷기! 얘기야?"


"음, 아니~~ 그게 좀!!!"


"뭔데? 골프라도 시작한 거야?"


"아니 좀 더 과격한 것"


"과격! 레슬링?"


"농담 아니고! 난 축구, 아니 정확히는 풋살을 시작했어!"


그녀는 나의 말에 한 모금 마셨던 커피를 이내 뿜어냈고 난 급히 티슈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야 했다.


이내 주변을 정리하고 입을 닦아내던 그녀는 한 마디 세게 한다.




"너 미친 거 야니야?"




맞다. 어쩌면 2,30대라면 아니 40대만 되었어도 나의 자애롭고 친애해 마지않은 A는 그런 쌍스럽고(?) 교양미 떨어지는 말은 입밖에 내지 않았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오십! 스치는 바람에도 피부가 망가지고,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나이다. 나도 안다!! 그것도 아주 잘 안다. 




축구! 정확히 풋살은 둥근 축구공을 가지고 4인의 필드플레이어와 1인의 골키퍼가 한 팀이 되어 각 15~20분간 경기를 펼치는, 간단히 말하면 빠른 축구의 일종이다. 11대 11 축구에 비해 작은 구장에서 경기를 하며 적은 인원이 할 수 있어 최근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각광받고 있는 스포츠 중 하나다. 1930년대 우루과이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축구가 별도로 있다고 한다. 주로 실내에서 많이 이루어지는데 실내 축구는 남미 쪽에서 널리 유행했다고 한다. 축구를 이제 막 시작하는 어린 선수들에게 기본기, 개인기, 정교한 패스, 빠른 상황 판단을 가르치기 위해 풋살 경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11대 11 축구의 경우 필드를 넓게 쓰기 때문에 처음부터 기본기 훈련이나 정교한 패스, 빠른 상황 판단을 가르치기에 용이하지 않다. 그래서 풋살은 어린 선수들이나 축구입문자들이 본격적인 축구를 시작하기 전 몸풀기 및 개인 역량 강화를 위한 스포츠로도 각광받고 있다. 문제는 운동과는 인연을 찾아보려야 볼 수 없는, 50대의 여성이 처음으로 시작하는 운동으로 간택받기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임은 자명하다.




운동은 나와 심리적 거리가 무척이나 멀었던 챕터다. 어릴 때부터 체육시간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시간 중 하나였다. 체육을 빼고 차라리 수학문제를 풀었으면 하는 마음을 나는 학창 시절 12년 간 내내 하고 살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수학을 잘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만큼 싫어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왜 이리 비루한지 분명 눈으로 익혔음에도 불구하고 내 몸이 그것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다른 것에 비해 10배는 족히 더 걸렸다.






게다가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평소 읽고 쓰는 것이 나의 일상의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접촉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생활을 하도 오래 해서인지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가볍지만 두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런 내가 축구라니!


A의 말대로 제대로 미친 모양이다.




(2편은 다음 주에 이어집니다 ㅋㅋ)



이윤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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