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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영 글쓰는한량 Feb 05. 2024

승부욕! 없어도 됩니다

반백살, 축구를 시작했습니다.

축구를 시작하고 몇 달 안 되어서 나는 자괴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나의 닉네임은 '글 쓰는 한량'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나는 될 수 있으면 '한량처럼' 인생은 '즐겁게, 가능하면 더 즐겁게'가 모토이고, 조금 더 나아가자면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간결하게 말하면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승부욕'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누군가를 이기기보다는 모임이나 단체에서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눈이 갖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을 더 즐거워했다. 그리고 그들이 한 발짝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그 자체로 만족감을 느꼈다.

그래서 글쓰기 수업을 할 때도 잘 쓰는 글벗들보다는 글쓰기를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눈이 한번 더 가고, 마음이 더 쓰인다.


하지만 그것을 어디까지나 내가 가르치는 입장에 있을 때다. 한참 배워야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축구의 세계'에서 이런 태도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성향이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미니 게임을 하다가 상대팀이 볼소유와 패스플레이를 너무나 잘하는 것이다. 같이 시작한 사람의 한 명으로서 그들의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는 것이 내심 뿌듯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엄지 척을 들어 올렸다.


'공수전환'이 빨리 일어나는 풋살에서 이런 태도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 중 나일거다


축구는 철저한 팀스포츠이고, 승부욕의 산물이다. 이기지 않으면 그 누구도 그 과정을 칭송해주지 않는다.


한 선수의 한 발 '작은' 실수가 팀의 큰 오점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 즐겁게 보고 있는 아시아컵 대회 역시 만약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이 계속 비기거나 지는 경기를 했다면 지금처럼 큰 박수를 쳐줄 수 있을까? 물론 이전보다 한층 성숙된 관람태도를 보이는 국민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지는 경기가 계속되었다면 아마도 지금처럼 열화와 같은 성원은 보이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승부욕이 없는 사람은 축구를 해서는 안될까 라는 의문이 남는다. 물론 승부욕은 스포츠를 하는 데 있어서 강한 원동력이 된다.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로지 승부욕에만 집착하게 된다면 팀스포츠인 축구를 오래 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기에 축구는 다소 재미있고 다소 즐겁고 다소 흥미룁다.


더불어 승부욕외어 팀원 간의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힘, 그리고 탄탄한 기본기로 무장된 자기 신뢰, 공에 대한 집착 그리고 세상의 소음과 떨어져 오로지 공에만 집중하는 몰입의 힘 등이 어우러지는 것이 축구이기 때문이다.


승부욕이라는 단순한 단어로는 설명 불가한 그 무엇말이다


운동장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서 '진정한 스포츠'를 만든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나니

슬슬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한량스런' 마음과 태도에서 조금은 한발 더 팀을 위해, 나를 위해 무언가를 쏟아내고 싶은 열정들이 조금씩 불타오르고 있다.


그것이 비록 여전히 작은 실수로 이어져 때로는 깊은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내 다시 할 수 있다는 굳건한 마음이 이는 것은 나에게 이전과는 다른 조금 '남다른 승부욕'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감히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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