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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영 글쓰는한량 Jan 11. 2024

당신의 심장이 가르쳐 주는 일

불안 대신 인문학을 선택했습니다.

"어떤 일을 했을 때 당신의 심장이 가장 크게 요동치는가?"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바로 '일'입니다. 인간은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얻고, 일에서 만족감을 얻지 못할 때는 자신에 대해 실망하거나 좌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일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톨스토이의 말대로, 일은 그 자체만으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 가치를 지닙니다. 인간은 하루 중 절반 이상을 일에 파묻혀 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어떤 일을 하느냐, 어떻게 일을 하느냐는, 우리 존재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되기도 합니다. 인간은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자아를 실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고민거리가 생깁니다.


'과연 어떤 일을 해야 할까'입니다.


어떤 일이 나에게 만족감과 성취감을 주고, 왜 이 일을 하는지 목적의식을 갖게 하는가의 문제는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하는 존재의 목적과 이유로 연결되는 중요한 가치관입니다.


우리는 이 질문의 답을 찾으면서 보통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의 선택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곤 합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질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잘하는 일을 할 때에 비교적 단기간에 경제적인 이득을 취할 가능성이 높고, 그런 이유로 일에서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분야에 대한 기술과 감각이 있고, 어느 정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일은 경제 활동인 만큼 금전적인 면에 영향을 줍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경제적인 이득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일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잘하는 일이 주는 장점은 매우 큽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일치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에게 경제적인 이득을 주는 '잘하는 일'에 대해서, 그저 먹고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그 의미를 폄하하곤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에게도 고충이 있을 텐데 말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도 역시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아닐 경우, 아무리 좋아서 한다고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경제적인 이득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단, 좋아하는 일은 '좋아하는 마음'이 있기에 일단 동기부여가 확실하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겠지요.


관건은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드는 방법을 탐색하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든 성과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임계점을 넘겨야 합니다. 임계점은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다른 상태로 바뀔 때의 온도와 압력을 말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 설명 참조) 액체가 임계점을 넘어 기체(수증기)가 되거나 고체(얼음)가 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니다. 이처럼 '단계(Phase)'가 바뀌기 위해서는 어느 수준의 기준을 넘어서야 합니다.


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임계점을 넘겨야 합니다. 예를 들면 책을 쓰기 위해서는 A4 100장 분량의 글을 써낼 수 있어야 합니다. A4 한 두장 정도 분량의 임계점을 넘겨 100장을 써야 하는 것이죠. 피아노 연주자로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평균 이상의 재능을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연습, 연주시간의 임계점을 넘겨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그것이 '일'로써의 가치를 지니는 성과를 드러내게 됩니다.


하지만 임계점을 넘기기 위해서는 수많은 인내의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이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인내'할 수 있고, '용기'를 낼 수도 있을 겁니다.


더불어 좋아하는 일을 할 때에는 과정 중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좋아하기에 하나씩 알게 되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희열을 느끼게 합니다.


지인 중에 가죽공방을 운영하는 분이 계십니다. 처음 그가 가죽공방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다들 말렸습니다. 가죽공방은 주재료인 가죽뿐만 아니라 공예에 들어가는 도구들까지 모두 고가입니다. 수업료도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이미 좋은 디자인의 고가 가죽명품들이 차고 넘칩니다. 하지만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공방을 창업했고, 지금은 다수의 수업뿐만 아니라 스마트 스토어와 인스타그램을 통한 제품판매까지 해내고 있습니다. 물론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영난을 겪었지만 그는 그 과정 역시 '배움'의 과정으로 여기니 한결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다고 웃으며 말합니다.


여기서 잘하는 일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 극명한 이유가 생깁니다.


좋아하지 않으면 인내하는 과정, 즉, 임계점을 넘기기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또한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시련과 시행착오를 '배움의 즐거움'으로 만끽하기 어렵습니다.


분명 아직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좋아하는 일에 대해 구체적인 무엇을 떠올리지 못한 분들이라면 다음의 방법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10대 순수했던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려보세요. 웬만해선 막을 수 없었던 10대의 내가 좋아하고 몰입했던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당시 부모님의 반대로, 경제적인 이유로 차마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없었지만 내 심장을 뛰게 했던 무언가가 있을 겁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관심사를 탐구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도서관과 서점의 수많은 책의 제목을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가면서 선뜻 손이 가는  책을 유심히 보세요. 1시간 정도 자신이 고른 책의 제목을 살펴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나 관심사가 무엇인지 힌트를 찾게 될 것입니다.


좋아하는 것의 범위를 좁혔다면 이제 기록을 해보세요.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기록하지 않으면 그것이 좋은 내용인지 아닌지 선별하기 힘듭니다. 기록을 통해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면서 진짜 그것에 대한 흥미지수를 다시 한번 체크해 보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그에 대한 정보나 책을 찾아보고 매일 기록해 보세요. 요즘은 유튜브로 좋은 연주자들의 공연 실황을 볼 수 있으니 작곡가별, 연주자별로 곡을 듣고 리뷰해 보는 것도 좋은 주제가 될 것입니다. 더불어 기록을 할 때는 내가 기존에 갖고 있는 지식과 감상에만 그치지 말고 다양한 자료를 함께 읽으며 공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몰랐던 것을 알아가면서 지식을 쌓는 과정을 통해 관심사를 더욱 확장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정한 기간 계속해서 기록을 병행하면서 이 콘텐츠에  관한 나만의 콘텐츠로는 어떤 것이 있을지도 생각해 봅니다.


예로 들었던 클래식 음악의 경우, 자신이 알게 된 정보나 지식을 음악가 중심으로 정리하는 방법도 있고, 연주자나 역사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리뷰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나만의 독창적인 관점과 가치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기존에 있는 것들에 나만의 개성이 담긴 아이디어와 차별화 포인트를 더 해가면서  나만의 관점을 만들고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삼는 방법입니다. 처음부터 자신이 원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알고 있는 사람흥미가 은 없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방법 중 또 다른 하나는 다음의 '3 미'에 집중해 보는 겁니다. 첫 번째, 그 일을 할 때 '재미'가 있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유난히 눈이 반짝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그 일을 할 때 '흥미'가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재미와 흥미는 조금 의미가 다릅니다. 마지막 이 일은 나에게 '의미'가 있는가를 고려해봐야 합니다.


이 세 가지의 미가 충족된다면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일 것입니다.


<서양철학사>를 쓴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조부모의 손에서 컸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내내 우울한 아이였습니다. 몇 번이고 자살 충동을 느꼈지만 다음 날, '새로운' 수학문제를 풀 수 있다는 기대와 즐거움 때문에 매일 살 수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90세가 넘도록 다방면에서 왕성한 연구와 활동을 이어가 학자입니다. 그에게 수학 문제 풀기는 '재미'와 '흥미' 그리고 '의미'까지,

세 가지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단순히 취미생활로 영위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이자 직업으로 새롭게 창조하면서 또 다른 삶의 활기와 즐거움을 누리는 것 또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특권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한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맹위를 떨쳐야 합니다. 일을 통해 보람을 얻을 때 우리는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괴로워하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하면 잘하는 일로 만들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해 보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타인을 위해 네가 가장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라!"

- 아리스토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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