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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영 글쓰는한량 Jun 17. 2018

어쩌면 이런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즐거운 글쓰기-글 쓰는 한량

 방송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화제다. 죽은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작은 식당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백종원과 함께 솔루션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프로그램이다. 메뉴부터 주방정리, 식자재 관리까지 그야말로 실제 창업을 방불케 하는 어마어마한 미션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시작한 뚝섬 방송분에서 솔루션보다 식당 창업에 대한 ‘기본’을 지키지 못한 가게들이 등장하여 인터넷은 물론 방송 자체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방송분에 백종원이 강조한 것은 ‘기본’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식당 창업에 ‘기본’이 갖추지 않아 호된 질타와 매서운 수난을 온몸으로 겪고 있다.

그렇다면 글쓰기는 어떨까. 식당 창업에 관련된 프로그램이지만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글쓰기 역시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글쓰기의 ‘기본’은 무엇일까?     


글쓰기의 기본이자 출발점은 ‘왜 쓰는가’라는 물음이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잘 쓰고 싶어 한다. 글쓰기 책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것도 이런 사람들의 관심과 수요에 대한 반응 아닐까. 그런데 하나같이 잘 쓰려고만 하지 왜 쓰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당신은 대체 왜 쓰려고 하시나요?”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기획의도 작성이다. 기획의도는 중요하다. 그것은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다. 소위 말하는 '전파낭비'가 되지 않도록 할 의무이자 책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자기 해소, 치유, 성과나 결과물에 대한 정리 등 글을 쓰는 이유와 목적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쓰는 것이 좋아서 글을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글쓰기 전 나는 왜 쓰려고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그럼 글이 잘 풀리지 않는 이유, 써지지 않는 이유 역시 금방, 분명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써서 노트북에 꽁꽁 숨겨놓기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공감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남기기 위해서 쓴다.

즘 주변에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글을 남긴다 


요즘 내 주변에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독서인구가 사상 최악이라는 말이 남의 나라 그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며칠 전 이런 현상에 대해 지인이 명쾌한 해답을 주었다. 책을 읽는 사람은 더 읽고, 읽지 않는 사람은 더 안 읽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책을 안 읽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책을 안 읽은 이유 중 하나는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진짜 그런가? 잘 살펴보자.     


책을 읽고 남는 게 없는 게 아니라
남기지 않는 것이다.     


암기왕도 아니고 단행본 250페이지가량의 책 한 권을 다 읽고 바로 남는 것은 있다면 그 사람은 비범한 능력의 소지자다. 탁월하고 특별한 재주다. 보통의 사람들은 책을 읽고 다시 들춰보며 인상 깊었던 구절을 표시하고, 이를 옮겨적고, 나름대로 중심 키워드를 가지고 자신만의 생각과 저자의 생각을 비교, 대조하며 정리해야 비로소 책의 내용이 남게 된다. 독후감을 써도 좋고, 서평을 쓰면 더욱 좋다. 이런 것들이 힘들면 간단한 ‘발췌’나 ‘필사’라도 하자.

그래야 남는다.


성장하기 위해 쓴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하루 일상을 매일매일 기록으로 남기게 된다. 현실적으로 고강도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서평이나 영화평 등을 매일 쓸 수는 없다. (그런 분들도 계시지만 평범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먼 나랏일이다) 하지만 일상의 기록은 매일 그저 밥먹듯이 해야 한다. 독후감, 서평까지 필요 없다. 읽은 날짜와 페이지수만을 써놓아도 좋다. 더 이상도 필요 없다. 쉽고 간단하니 매일이 된다. 이렇게 기록하면 한 달 후 멋진 독서기록이 된다. 한 달의 기록을 보며 한 뼘 한 뼘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쓰면 성장하게 되고, 써야 성장한다.     


정리하기 위해 쓴다.

아무리 좋은 글감도 꿰어야 글이 되는 것처럼 내 안에 떠오르는 단상, 느낌, 영감이 아무리 좋아도 쓰지 않고 남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을 잘 정리해서 써 놓아야 한다. 그래야 정리가 되고 그래야 글이 된다.     


“결국 쓰기는 사라지느냐 남느냐의 문제다.

쓰면 남을 것이고, 쓰지 않으면 잊힐 것이다. “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구본형의 추천사 중에서     


왜 써야 하는가에 대해서 나름의 이유들을 정리해봤다. 사람마다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를 수 있다.

글이 잘 써지지 않거나 풀리지 않다고 느낀다면 잠깐 내가 왜 글을 쓰는지, 어떤 글을 쓰고 싶어하는지 한 번쯤 정리해보자.

어쩌면 당신의 글쓰기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이런 이유로 못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러분의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글쓰는 한량

Http://blog.naver.com/rosa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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