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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영 글쓰는한량 Jun 10. 2018

좀 재미있으면 안되겠니?

좀 살아본 언니의 소확행-글 쓰는 한량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가 연일 화제다.


사이다를 방불케 하는 대사, 논리적인 사건전개가 흥미를 더해주는 작품이다. 게다가 현직 부장판사가 직접 드라마까지 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욱 인기다. 단막도 아니고, 매주 70분 가량의 드라마를  2편씩 써내야 하는 스케줄이다. 이게 가능할까. (사전제작이었으니 어쩌면 더 빨리 썼을 수도 있을 듯하다)


호기심에 작가인 문유석 판사에 대해서 바로 녹색창에 물어봤다. 이름은 들었지만 제대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서 그동안 잘 몰랐던 그는 소설 <미스 함무라비> 원작자이자 에세이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 유감>이라는 책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을까?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기에 그가 쓴 에세이에서 힌트를 얻고자 한다.      


“직업적으로 그다지 도움이 될 것도 없고 오해받을 소지가 많은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은 내 나름대로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내 일을 간섭 없이 내 방식으로 창의적으로 해내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내가 매력을 느끼는 소수의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걸 좋아하고, 심지어 가끔은 가족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나만의 시간을 갖길 원한다.”    

 -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그가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도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글을 쓰면서 느낄 수 있었던 '행복' 때문이라고 한다. 이 정도 되면 그는 글쓰기를 좋아하거나 최소한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쓰기를 두려워한다.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워한다. 강의 후 후기나 소감을 쓰라고 하면 순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열명 중 아홉 명은 애절한 눈빛으로 꼭 묻는다. 그냥 말로 하면 안 되느냐고.      


왜 이렇게 쓰기를 두려워할까. 나 역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글쓰기가 두려웠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막막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글쓰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고, 내 생애 최고의 유희 거리가 글쓰기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글쓰기를 좀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글쓰기, 좀!! 재미있게 하면 안 되겠니?    


글쓰기가 즐겁고 재미있기 위해서는 글을 쓰는 소재가 가장 중요하다.


글 쓸 때 제일 첫 번째 드는 생각이 바로 ‘뭘 쓰지?’다. 하루에도 수천 가지 아니 수만 가지 쓸 것들이 차고 넘친다.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은 모든 것이 글쓰기의 훌륭한 소재가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쓸 수는 없다. 봤다고 해서, 들었다고 해서, 만졌다고 해서 다 글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써야 할까. 어떤 것을 써야 글쓰기가 두렵지 않고 즐거운 그것이 될 수 있을까?     


바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쓰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한 두 개쯤 좋아하는 것이 있다. 누구든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라고 하면 3박 4일도 모자란다. 묵언수행중인 사춘기 아들 녀석도 좋아하는 축구선수에 대해서 이야기하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줄 말을 쏟아낸다.     


뿐만 아니라 가수, 노래, 물건, 음식 등 좋아하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이것을 하나 잡고 쓰기 시작하자. 그것을 왜 좋아하는지, 언제부터 좋아하게 됐는지, 좋아하면서 겪게 된 다양한 이야기를 써보자. 장점만 쓰면 너무 없어 보이니 살짝 너무 좋아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함께 넣어주자. 그럼 더할 나위 없이 균형 잡힌 글이 된다. 그다음 그것을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 느낌, 상황을 에피소드로 넣어준다. 내가 겪었던 경험이 들어가니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지고, 읽는 이가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더욱 설득력 있고 맛깔나게 전개된다.  

   

글쓰기가 즐겁고 재미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쉬워야 한다.


글쓰기가 쉬워지는 방법은 첫 문장의 두려움을 조금은 피해 보는 것이다.     


유명한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사람들이 글쓰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절대적인 이유는 ‘첫 문장’ 때문이다. 컴퓨터 모니터를 켜놓고 깜빡거리는 커서만 2박 3일 동안 째려보는 분들도 많다. 그만큼 첫 문장은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첫 문장을 써야 다음 문장을 쓸 수 있다.     


첫 문장을 좀 더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난 첫 문장을 드라마나 tv, 영화 등에서 따오는 경우가 많다. 이 방법은 꽤 효과적이다. 영상은 종합예술이기에 내가 쓰고자 하는 바, 생각했던 것들을 보다 확실하고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수단이다. 이를 단순히 보기만 하는 소비자에 그칠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내 생각을 전개하는 하나의 요소이자 방법으로 바꿔본다면 이보다 더 훌륭한 소재는 없을 것이다. 영상매체가 불편하거나 친숙하지 않은 분들은 책이나 잡지, 다른 사람이 쓴 글에서 힌트를 얻었으면 한다. 내가 읽은 책에서 밑줄을 그은 인상 깊었던 구절이나 장면, 마음을 울렸던 글은 내 생각을 끌어내는 좋은 촉매제가 된다.     


이 두 가지만 적절히 이용해도 글쓰기! 더 이상 어렵고 힘들고, 두려운 존재는 아닐 것이다.


여러분의 즐거운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글쓰는 한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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