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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영 글쓰는한량 Jun 24. 2018

그거면 족합니다

글 쓰는 한량

최화정 – 이영자 – 송은이 – 김숙     


조합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 너무 보고 싶고, 안 봤지만 재미있을 각(?) 100%다. 예고편에 최화정씨가 제작자이자 출연자인 송은이씨에게 이렇게 묻는다.     


“근데 우리 뭐하는 방송이야? 이렇게 먹기만 하면 돼?”    


이제야 묻느냐는 그녀의 말에 다른 출연자들은 시청자들의 고민을 듣고, 음식으로 즉각 즉각 풀어주고, 더불어 작은 위로를 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왜 쓰냐고 묻는다면      


하루에도 수십 권의 자기계발서가 쏟아진다.


아침에 일어나라, 4시간만 일해라, 메모해라     


다 좋다. 좋은 말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지독히 싫어하던 사람이었다. 워낙 책과 친하지 않았던 사람이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잔소리’가 듣기 싫었던 것 같다. 부모님의 그것도 싫은데 돈까지 주고 애써 듣기 싫었다. 그런 내가 이제 자기 계발서를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아마 인생의 풍파, 세상 역경을 조금 겪고 나니 그런 책들이 눈에 들어온 것 같다.

'멈추니 비로소 보'였고,
'새벽에 일어나니' 하루를 알차게 쓰게 됐다.
'메모'를 하다 이렇게 글도 쓴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들이다. 


만약 내가 20대로 돌아간다면 과연 이 책을 읽을까 가끔 생각한다. 확언하건대 아마 아닐 것이다. 세상을 어느 정도 알고, 내가 부족한 면이 조금씩 보이니 이런 책들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자기 계발서를 읽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 솔직히 아예 안 읽는 것보다 읽는 것이 훨씬 낫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기 계발서는 자기 안에 어떤 결핍이 있어야 읽게 되고, 읽힌다. 절대적으로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자기 계발서가 아프기 전에 맞는 ‘예방주사’와 같다. 미리 맞으면 좋지만 요즘 바이러스는 너무 강력해서 ‘예방주사’를 미리 맞아도 잘 통하지 않는다. 살짝이라도 아프고 지나간다. 그러니 필요한 만큼의 적당한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것은 권장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반드시 병행해야 할 것이 바로 글쓰기다.     


드라마 작가 노희경은 나를 다시 글을 쓰게 했던 힘이자 원천이었다. 아마 그녀의 작품들이 없었다면 난 아직도 글 한 줄 쓰지 않고 골방에 처박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종영한 그녀의 드라마 <라이브>의 대본집에 실린 서문을 통해 우리는 왜 써야 하고, 쓰는 행위에 어떤 생각과 철학을 가져야 하는지 잠시 생각해보자.     


나는 몸으로 뛰고 부딪히며 사는 모든 현장직 노동자에 대한 열등감이 있으며, 그들은 나보다 세상에 이로우며, 나보다 세상에 필요하며, 나보다 관심받고 격려받을 만하다. 그래서 나는 세상의 모든 현장직 노동자에 대해 감사해야 하며, 내라는 세금은 내야 하며, 법을 잘 지켜야 하며,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려 노력해야 하며, 그게 안 될 땐 말이라도 줄여야 한다. 따라서, 〈라이브〉에서 다루는 지구대 이야기는, 경찰 전체가 아닌, 이미 자신이 윗선인데 또 다른 윗선을 핑계 대며 변화를 거부하는 경찰 수뇌부와 결정권자들이 아닌, 정직한 현장 노동자에 대한 찬사다.    


-드라마 <라이브> 대본집 서문 중에서     


누군가 나에게 왜 블로그에 글을 쓰냐고 묻는다면 유시민 작가의 이 말을 빌리고 싶다.     


나는 글을 쓴다. 이것이 내 일이다. 내게 글쓰기는 단순한 생업이 아니다. 글을 써서 내 생각과 내가 가진 정보를 남들과 나누는 행위 그 자체가 즐겁고 기쁘다. 글쓰기는 그런 면에서 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이든 놀이든, 이것이 제대로 의미를 가지려면 내가 쓰는 글이 쓸모가 있어야 한다. 독자가 공감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혹시라도 누군가 내 글에서 재미에 덧붙여 깨달음이나 감동까지 얻는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지음) 중에서     


어느 날, 블로그에 글을 썼더니 어떤 분이 이런 댓글을 남겨주셨다.     


“한량님 글을 보여 용기를 얻어갑니다.”     


그저 그거면 족하다.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이 '음식'으로
시청자의 고민을 함께하고, 작은 위로를 해주듯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공감 그리고 다시 설 수 있게 하는 힘이자 응원이었으면 한다.

    

오늘도 여러분의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글 쓰는 한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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