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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영 글쓰는한량 Jul 01. 2018

'엄마'라는 인생의 시간

글쓰는 한량이 엄마를 응원합니다.

싱글이 부러울 때
 

1. 기껏 새벽 기상했는데 한 일이 되다 집안일일 때

2. 책 산다고 서점 갔는데
 나도 모르게 아동 코너로 가고 있을 때

3. 뭐 좀 하려고 하면 시댁, 친정에서 일 터질 때

4. 난 배고프지 않은데 밥 차려야 할 때

5. 남편은 좋은데 자식은 싫을 때
자식은 좋은데 남편은 싫을 때         



싱글이 부러울때 100개라도 쓸 수 있지만 여기까지만 쓰겠다.


한 광고가 날 울렸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아이를 씻기다 지친 얼굴로 한마디 한다.    

 

“왜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걸까?”     


엄마라는 경력은 이력서에 단 한 줄도 쓰지 못한다. 엄마는 어떤 직장인보다 잘 참고, 출퇴근 시간도 따로 없을 만큼 열심히 일하며, 연수도 따로 없으며, 인수인계 절차도 없다.

 이보다 더 훌륭한 ‘노동자’가 따로 있을까. 그런데 왜 ‘엄마라는 경력은 스펙 한 줄 되지 않을까’ 아쉽고 속상하다. 경단녀로 오랜 기간 생활하던 지인이 얼마 전 재취업을 위해 면접을 봤다. 그런데 면접관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회사 그만두시고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하셨어요?”     


아무것도 안 하다니. 그녀는 그동안 두 명의 아이를 키웠다. (그것도 남자아이를) 심지어 신혼 때보다 훨씬 넓은 평수의 아파트까지 장만했다.


엄마가 되고 나니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아이는 내가 계획했던 시간에 일어나지도, 먹지도, 울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울고 싶을 때 울고, 먹고 싶을 때 먹는 그런 ‘사람’이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펼쳐지는 ‘엄마 생활’에 나는 당황했다. 얼마 전 다이어트 책을 출간한 개그맨 안선영은 출산 후 아이에게 수유를 하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펑펑 눈물을 흘리다 젖을 먹고 있던 아이의 얼굴에 그 눈물이 떨어져 ‘나’로 다시 살 것을 결심하고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엄마의 시간은 이제 제대로 보내자.

엄마의 시간,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힘들고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단, 한 번뿐인 인생이다.


생각을 조금 바꿔 엄마의 시간을 ‘나’를 찾는 진짜 시간으로 만들어보자. 운동도 좋고, 독서, 글쓰기, 재테크, 어학공부, 악기 배우기, 그림 등 할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많다. 하루에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시간을 내서 도전해보자.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공짜 공부도 가능하다.
 
매일 한 운동의 동작, 시간, 읽은 책의 페이지수, 외운 영어문장 등 쓰기가 힘들면 핸드폰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도 좋다. 한 달만 미친 척하고 해보자.


엄마의 시간, 
더 이상 ‘서러운’ 시간으로 만들지도,
보내지도 말자.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산지 15년째다. 그중 절반은 치열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했으니 아마 산전수전 공중전까지는 아니어도 그 비슷한 전쟁을 치르고 살았다. 누구는 그것도 인생의 한 과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그 피눈물 나는 역사'를.

 

한창 일할 때는 늦은 오후에 누군가가 회의를 잡을까 봐 전전긍긍했다. 자칫 회의가 길어지면 어린이집에 아이를 너무 늦게 데리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온몸이 긴장되고, 없던 약속을 만들어 거짓말을 하고, 집안의 경조사를 만들어야 했다.


엄마 노릇, 특히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기란 정말 힘들고 어렵다. 오죽하면 애 보는 것보다 야근하는 게 낫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이미 엄마가 됐고, 아내가 됐다.

선택한 삶이고, ‘주어진’ 시간이다.

남 탓을 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고, 내 탓을 하기에는 이미 책임져야 할 가족들이 생겼다.

 

서러워말고, 이 시간을 지혜롭고, 현명하게 쓰자. 힘들겠지만 생각을 살짝 바꿔보자. 주부는 분명 힘들고 어려운 직업이지만 효율적인 시간관리면에서는 장점도 있다. 내가 사장이자 직원이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있어, 특히 대한민국 엄마들에게 있어

‘엄마의 시간’은 고독과의 싸움이요, 옆집 엄마와의 전쟁이다.     


난 2주에 한 번씩 대형 할인 식료품 마트에 찾는다. 그곳은 다른 마트에 비해 훨씬 문을 일찍 여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학생이 되자 먹성이 남달라 진 아들 녀석의 일주일치 식량을 냉장고에 가득 채우기 위해서 올해부터 급격하게 찾게 되었다. 냉동식품류를 보기 위해 대형 냉장고 앞에 서서 한참을 보고 있었다.

아기띠를 한 엄마가 요즘 엄마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냉동 볶음밥’ 3종 세트를 두 손 가득 들고 갔다. 남편인 듯한 분이 너무 큰 용량과 3 봉지의 양의 놀라 '그거 다 누가 먹어?'하자 아기 엄마는 ‘다 내가 먹지. 내 일주일치 일용할 양식’         


순간 살짝 눈물이 핑 돌았다. 하루 종일 아이를 안고, 돌보느라 아기에는 천연재료의 유기농 먹거리만 주는 엄마, 정작 자기가 먹을 음식은 빠른 시간에 데워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이 대부분이다. 아마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엄마의 독서와 글쓰기가 달라야 한다!!   


글쓰기 관련 책들이 하루에도 여러 권씩 출간된다. 하지만 엄마들의 독서와 글쓰기는 달라야 한다.

일단 나만의 '절대 시간'을 파악해보자. 누구는 아침 이른 시간일 수도 있고, 누구는 밤늦은 시간일 수도 있다. 그 시간에 책을 읽고, 글을 쓰자. 책을 읽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먼저 하루에 한 줄이라도 기록하자. 기록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어렵고 힘든 글, 제발 쓰지 말자.

그저 어제 본 드라마의 명대사 한 줄도 좋고, 주변에서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도 좋다. 아무거나 딱 한 줄씩 써보자. 한 달쯤 지나면 두 줄이 쓰고 싶어 질 것이고, 1년이 지나면 A4 한 장쯤은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엄마의 시간! 책을 읽어보자.  책 읽을 시간 당연히 없을 것이다. 요즘 애들이 어디 보통 아이들인가. 성인 스케줄보다 더 복잡하고 어마 무시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아이들이다. 이들을 케어하는 엄마들 역시 두 배, 세배 더 바쁘다. 그렇지만 딱 하루 10분!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하루 10분은 할 수 있다! 낼 수 있다! 10분이 너무 적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적다. 하지만 길면 엄마들은 할 수 없다. 딱 10분만 매일 책을 읽어보자.         

한 달 10분이 익숙해지면 두 번째 달 20분, 100일쯤 지나서 30분씩 읽자. 하루 30분이면 일주일에 300페이지 정도 단행본은 거뜬히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제발, 거듭 강조하지만 그 이상은 읽지 마라. 특히 아이가 둘 이상인 분들은 하루 30분도 많다. 20분 정도만 강력 추천한다. 어차피 매일 해야 한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 30분 이상 읽고 싶어도 딱 20분만 읽자. 조금씩 해야 오래 길게 할 수 있다.     

        

엄마의 시간을 스펙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의 마지막은 이 두 가지를 매일 블로그에 올려보자. 한 달 후 그 기록들은 어마어마한 모습으로 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컴퓨터로 글을 쓰는 일이 번거롭고 힘들다면 노트북이나 블로그, 인스타그램을 이용해서도 얼마든지 하루 한 줄의 글이라도 쓸 수 있다. 아침에 아이와 등원시키며 본 동네 풍경도 좋고, 오후에 들린 시장이나 마트에서 만난 신상품, 동네에 새로 이사 온 이웃 이야기도 좋다.

아무거나 일단 고 써보자. 그럼 이 힘든 시기를 좀 더 잘 보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게 될 것이다.     


여자의 인생에서 엄마의 시간은 인내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도 있다.


오늘도 대한민국 엄마들의 일상을 응원합니다.

글 쓰는 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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