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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영 글쓰는한량 May 27. 2018

진작 쓸 걸 그랬어

좀 살아본 언니의 소확행 -글 쓰는 한량

블로그를 시작하고, 글쓰기에 솔솔 재미가 붙었다. 하지만 몇주 지나자 불같이 일었던 초심은 조금씩 사라지고, 슬슬 소위 말하는 ‘블태기’, 블로그 권태기에 접어들었다. 매일 공들여 글을 쓰다가도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곤 했다. 결정적으로 그저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내가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다보니 하나둘씩 글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일상의 기록이라는 이유와 목적으로 구차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들까지 주절주절 올리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무렵, 후배가 집 근처로 청첩장을 들고 찾아왔다. 결혼을 코앞에 둔 그녀는  나에게 ‘결혼’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나의 ‘불타는’ 오지랖의 발동으로 결혼 준비 체크리스트 목록부터 결혼 후 시댁과의 갈등 해소법, C급 며느리로 사는 법, 신혼 1년 안에 대출갚기, 임신과 출산, 직장 문제 등 그동안 갈고닦은 17년 결혼 내공을 유감없이 쏟아냈다. 무려 3시간의 '결혼 미니특강'이 하고 난 후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어 아쉽게 이야기를 끝내야 했다. 늘 그렇듯 몇시간을 이야기해놓고 서로 "전화해"하며 끝인사를 하는 순간, 그녀가 나에게 한마디 다.      


“선배, 오늘 얘기한 거 블로그에 쓰세요?”

“아니 뭐 다 아는 얘기인데... 그런 걸 올려?”

“아니에요. 저 오늘 엄청 도움 많이 되었어요. 이런 얘기 누가 해줘요? 친언니도 없고, 주변에 결혼한 사람이라고는 엄마밖에 없는데... 이런 이야기 정말 필요해요. 꼭 올려주세요.”     


‘고뤠? 한번 올려볼까?’  


결혼한 지 이미 한참 지난 나에게는 별 것 아닌 이야기지만 인생 최대 행사를 코앞에 둔 그녀에게 이런 이야기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야말로 대단한 '정보'였다.  
요즘처럼 남의 개인사에 관심없고 외동이나 형제가 없는 2030에게 이런 아주 사소한 일들은 녹색창(?)에도 나오지 않는, 검색도 안되는 소중한 이야기였다.


그날 밤부터 며칠에 걸쳐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 형식으로 하나하나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파워블로거들에게는 쉬운 숫자지만 나같은 초보블로거에게는 실로 어마어마한 조회수였다. 게다가 그 어떤 기술도 쓰지 않는 순수 조회수다)


글 밑에 빨간 하트 ‘공감’ 버튼이 수없이 눌러지고, 댓글로 질문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미 결혼하신 분들은 비슷한 경험을 했다며 함께 박장대소를 하며 내 글에 재미난 ‘이모티콘’을 날려주셨다. 공감과 댓글을 읽으며 난 흐뭇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댓글' 하나가 나의 심장을 강타했다.


‘다음 연재도 엄청 기대됩니다!!'      


 다음 글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저 그랬던 나의 '매일 블로그 글쓰기'에 ‘독자’가 생긴 것이다.


애당초 난 파워블로거나 이웃수, 검색상위 노출 등은 할 수도 없고 나의 영역이 아니라고 여겼다. 그저 내 일상과 읽은 책, 드라마 이야기를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고, 궁리끝에 이것들을 정리할 방법으로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매일 글을 쓰다보니 내 글이 그저 나혼자만의 하소연으로 흘러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글감, 나만의 경험을 올리기 시작하자 반응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나의 글을 기다리는 ‘독자’가 생겼다는 것이 나로 하여금 다음 글을 쓰게 하는 힘이 되었다.


빨간 ‘공감’ 버튼과 다음 글을 기다린다는 ‘독자’의 댓글이 내 안에 숨어있던 쓰기에 대한 열망과 본능에 스파크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최근 한 소설가의 등장으로 시끌시끌하다. 인터넷 게시판『오늘의 유머』에 매일 짧은 소설이 올라왔다. 소설을 쓰는 사람은 주물공장에 다니며 지친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매일 글을 썼다고 한다.  그의 글을 보고 ‘맞춤법이 틀렸다.’,‘이야기가 이상하다’, ‘문장이 맞지 않는다’ 등 네티즌들의 댓글이 달렸다. 그는 그것들을 차근차근 보며 자신의 글을 고쳤다. 그렇게 매일 그는 글을 올렸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 1년이 넘도록 댓글에 적힌 말들로 그는 소설을 고쳤다. 어느새 그의 글은 게시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글이 되었고, 그의 글을 눈여겨보고 있던 출판사 관계자가 그에게 책으로 낼 것을 권유했다. 그렇게 그는 소설가가 되었다. 가 김동식의 이야기다.

그는 단, 한 번도 글쓰기에 관한 수업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김동식 작가가 매일 소설을 쓰고 고치고 다시 올리기를 반복했던 힘은 무엇일까? 그 특유의 성실함과 글에 대한 열망도 있었을터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글에 공감해주고 댓글을 달아주었던 누리꾼들이 글쓰기 스승이었고, 자신의 다음 소설을 기다리는 네티즌들이 매일 글을 쓰게 한 힘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가 어렵고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많은 글쓰기 책에서 ‘글을 잘쓰는 방법’ 으로  ‘매일 글쓰기’를 추천하고 있다.


'나도 매일 쓰고 싶다고!'

난 매일 글쓰기의 새로운 동력으로 블로그나 페이스북, 브런치 등 다양한 채널에 글을 올리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여러가지 채널에 글을 올리면 사람들의 공감과 댓글이 달린다. 저절로 매일 쓰는 습관이 길러진다. 혼자 골방에서 쓰는 글쓰기보다 훨씬 더 글쓰기에 새로운 경험, 짜릿한 유희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내 글을 읽어주고
기다리는 '이웃'들은
나를 지치지 않고 매일 쓰게 하는,
숨은 조력자, 페이스메이커다.     


나의 글에 응원과 환대, 공감을 해 줄 수 있는 '독자'를 만난다면 매일 쓰는 일이 그렇게 어렵고 힘들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글로 남기고 싶어한다. 어쩌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본능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싶다. (글이 없던 시절, 오죽하면 동굴에 벽화라고 그리지 않았나)


'나는 못해!'

'글쓰기는 어려워!'

'글쓰기는 지루해!'

'매일 어떻게 해!'


이런 반복되는 말대신 블로그나 브런치, 페이스북 등 다양한 매체에 내글을 하나씩 올려보자. 아마 새로운 글쓰기,  신나는 글쓰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는 오늘도 혼자 되뇌인다. 진작 쓸 걸 그랬다.


글쓰는 한량 

http://blog.naver.com/rosa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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