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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영 글쓰는한량 May 20. 2018

맨날 '퇴사'야

좀 살아본 언니의 소확행 -글쓰는 한량

스승의 날이라고 제자가 집 앞에 찾아왔다. 수업 시간 중 내가 한 말로 재미있는 스티커도 만들어오고, 그녀와 오랜만에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작년 하반기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 구직에 나섰고, 가장 원하던 직장은 아니었지만 관련 회사에 들어가 열심히 일했다. 지난겨울 한참 추웠던 어느 날, 그녀가 문자메시지로 회사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대와 꿈에 부풀어서 구한 첫 직장인데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고, 이 직업에 대한 회의감마저 든다고 했다.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때 당시 내가 그녀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일이 딱히 없었다. 당장 때려치우라는 말을 쉽게 할 수도 없었고, 이직을 권유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었다.


고작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몇 마디의 위로와
흔하고 오래된
 ‘파이팅’ 이모티콘을
날려주는 것뿐이었다.

미안했다.


그랬던 그녀가 약 3주 전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른바 ‘퇴사’를 한 것이다. 사회생활 첫 직장을 1년도 채우지 못했다는 생각에 그녀는 작은 ‘패배감’과 자신에 대한 ‘실망감’, 직업에 대한 ‘회의감’ 등이 뒤엉켜있었고, 약간 의기소침해있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조용한 카페에 앉아 그녀와 마주 앉았다. 식당에서는 주변의 소음 때문에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살필 수가 없었다. 차와 음료를 사이에 두고 그간의 직장생활에 대해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평소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에 특강 이후에도 과제물 제출, 후속 모임, 스터디까지 열성을 다했던 그녀였기에 회사생활 역시 얼마나 열심히 했을지 눈에 선했다. 안타까웠다. 좀 더 좋은 직장이었다면 좀 덜 아팠을 수도, 좀 덜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퇴사 후 그녀는 학생 때부터 해오던 일을 좀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아직 어리고, 요즘은 꼭 직장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다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시대이기에 좋은 방향과 비슷한 사례들을 알려주며 독려했다. 금세 다소 어두웠던 그녀의 얼굴이 조금씩 밝아졌다.
     

인생에서 진짜 ‘퇴사’란 없다!
 

직장인 중 절반 이상이 2년 이내에 ‘퇴사’를 생각한다고 한다. 오랜 직장생활 후 ‘퇴사’하신 분도 많고, 현재 ‘퇴사’를 준비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 ‘퇴사’가 유행처럼 번지는 요즘의 풍토도 문제지만 막상 ‘퇴사’해보니 주변의 시선 때문에 힘겨워하거나 소심 해지는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

습관처럼 회사를 그만두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퇴사’에는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다. 구조나 시스템, 하는 일, 성과, 결과물에 대한 불만족 등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한다. 회사를 ‘퇴사’했다고 해서 인생에서 ‘퇴사’ 한 것은 아니다. 인생에서 진짜 ‘퇴사’란 없다.
     
산을 오르는 등산코스는 수없이 많다.

지도와 안내판이 아무리 잘 나와 있더라도 초행길에서는 실수를 연발한다. 1코스인 줄 알고, 한참 가다 보면 2코스 이때도 있고, 전혀 다른 길인 경우도 많다. 숙련된 등산 마니아일지라도 처음 가는 산에서는 실수를 할 수 있다. 또 심사숙고해서 올라가 보니 ‘이 길이 아닐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다시 내려오거나 전체 지도를 꺼내보면서 다른 길을 찾는다. 크게 망설이지 않는다.
     
매일 사용하는 내비게이션도 마찬가지다. 경로를 이탈하면 다양한 다른 길을 안내한다. 아마 인생도 여러 갈래의 등산길이나 내비게이션과 같지 않을까. 올라가다 보면 ‘이 길이 아닐 수도’ 있고, 막상 가보니 ‘이 길이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이것들이 다 해봐야 안다는 것이다.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퇴사’했다고 너무 쫄지 마라!  
     
단지 ‘경험’만이 있을 뿐이다. 어쩌면 진짜 쫄아야 하는 것은 ‘퇴사’의 의미도 모르는 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거나 원하지 않는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망은 이르고, 절망은 너무 빠르다.   


@ 글쓰는 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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