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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봄여기 May 08. 2022

어버이날

어른이 되어서도 어른스러움에 대해서 고민하는 어른의 날

어버이 같은 분이 동인천에 살고 계신다. 목사님 부부의 첫째 딸 이름이 나와 같아서(성도 똑같다) 종종 큰 딸아, 하고 호명하실 때가 있다.


어렸을 땐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데다 고집도 강해서 한번 싫은 건 죽어도 싫었고, 어른이든 선생이든 누구든 마음에 안 들면 죽어라 싸우고 다녔는데…그런 시기에 목사님을 만났다. 부모의 보호가 없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순을 일찍 파악하고 그에 대한 반감과 증오를 통해 생존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다. 싸우고 저항하는 것만이 생존에서 우위를 점령할 수 있는 가장 유일한 방법임을 절대적으로 확신하던 시절에 목사님은 일관되고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으로 내게 다가온, 유일한 어른이었다.


그때 나에게 온갖 수모와 고초를 겪으신 목사님은 지금의 내 나이보다 더 어렸다. 요 며칠 사람 문제로 마음앓이를 하면서 어렸을 때처럼 격렬하게 싸워 상대를 완전히 넉다운 시키고 싶은 욕구와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고려해 어른스럽게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의식의 다툼 속에서 갈등하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방식으로 처리하여 되려 마음의 상처만 크고 어른스럽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실패감이 크다 하고 고백하니 심각하게 듣던 목사님이 한 말씀하신다.


“큰 딸아, 사람은 믿으려고 하지 말고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존재다. 믿음은 배신과 상처를 주지만 사랑은 이해와 용서를 주기 때문이지…그리고 너는 실패한 게 아니야… 어렸을 때 너에 비해서 얼마나 어른스러워졌는데… 그때 너 이 놈… 망아지 같았지…(망나니 같았던 어렸을 때 일 블라블라)”


심각하고 우울했던 문제가 웃음과 함께 공중으로 흩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어른이 필요하구나. 우리보다 먼저 삶을 견뎌낸 선배이자 부모인 어버이들을 존중하고 생각하라고 ‘어버이날’ 이 있는 거구나. 참 불필요한 날이라고 생각했는데…이런 의미를 느끼는 거 보니… 나 조금은 어른됐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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