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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한개 Jul 20. 2020

잘 들어준다는 것


"네가 하는 말은 너무 추상적이고 어려워."
다툼이 있을 때마다 그가 내게 건넨 말이었다. 그루밍을 마친 고양이가 소화되지 못한 털 뭉치를 토해내듯, 넘치는 서러움을 한 바탕 퍼붓고 나면 다툼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나 혼자만 남았다. 결국 잘못은 '나'였고, 원인 제공도 내가 되었다.

그의 무관심이 서운하게 느껴질 때부터 나는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사소해졌고, 그러다 보니 그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수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결국 곪을 대로 곪아버린 나의 감정은 많은 이유를 뒤로한 채 '서운해.'라는 한 단어만 남게 되었고, 그에게 나는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을 본인에게 쏟아붓기만 하는 무책임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잘 들어주는 것, 그러니까 상대방과 대화를 함에 있어 누군가의 이야기를 관심 있게 들어준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타인의 이야기를 나는 어디까지 긍정해야 이해 없이도 받아들일 수 있는 걸까. 아니면 이해하지 않고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긍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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