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by 아룬

당신의 그림자를 찾아다가

그늘 한 켠을 만들었다.


그 한켠조차 넉넉치 않아

비켜든 햇볕 앞에 창피한 오후였다.


참지 못할 것들을 참아내기 쉬워진 만큼

참지 말아야 할 것들 앞에서도

쉽게 참아내는 나는.


어느 새 범속해져

돈과 밥 앞에서 서성거렸다.


머리가 짧아진 만큼

마음이 짧아진 걸 깨달은 날에는


말들이 마음에 가닿지 않고

단어들이 혀 끝에 가 닿지 않고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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