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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록 Jul 05. 2019

'마음이 쓰이다’

마음 :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            
 쓰이다 : '쓰다'의 피동태
쓰다  : 어떤 일을 하는 데에 재료나 도구, 수단을 이용하다. 어떤 일에 마음이나 관심을 기울이다.


마음이 쓰이다

'마음이 쓰인다’는 건 ‘마음을 쓴다’와는 전혀 다르다. 거기에는 어떤 '어찌할 수 없음’이 있다. 그래서 때론 더 애달프고 그래서 때론 더 먹먹하다. 마음이란 그런 것이다. 내 안에 있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 애써 가지 않으려 하고 만류해도 때로는 그렇게 흐르는 것. 애써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두고두고 떠올라서 마음 한켠이 어득한 것.

그것은 때론 사랑이기도, 때론 미련이기도, 때론 아쉬움이기도 하여 그렇게 두고두고 마음을 건드리는 것. 그렇게 어찌할 수 없기에 더 쌓이는 것이다.


그것은 낯익은 길 위의 낯선 풍경이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그 길 위를 머뭇거린 이유를 처음에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다. 다만 무언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새. 그냥 조금은 낯선 새. 새라고 해봐야 이름을 아는 건 참새, 까치, 까마귀, 갈매기 정도니 새라면 그냥 다 낯설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새 한 마리가 인도 한가운데에 떡 버티고 있다.   그런데 꽤나 분주하다. 계속 지저귄다. 새의 시선을 따라가니 나무 아래에 있는 아기 새 두 마리가 있다.  먹이를 주는가 싶어 보아도 아니고, 비행을 연습하는 건가 싶어 바라보니, 그것도 아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데, 아까 전부터 나무 언저리에서 어딘가에 전화통화를 하던 아저씨가 와서 말을 건다.


“쟤네들 둥지에서 떨어졌어요. 119에 전화해봤는데 이런 걸로는 출동하지 않는다고 하시네요."


가만히 나무 위를 보니, 있는지도 몰랐던 둥지가 보인다. 그러게 하고 많은 나무 중에 왜 여기에 둥지를 올렸을까..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 심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나무, 그래서 조금은 앙상해 보이는 나무다.  그리 높지 않은 곳에 둥지가 있어서 작은 사다리만 있어도 올라갈 수 있을 듯하다.


뒤에서 어느 여성분이 또 말을 건넨다.

"아파트 관리실에  물어봐도 사다리는 없다고 하시네요."


먼저 와 있던 사내는 나무를 타 올라보려 하나 이내 포기한다. 성인 남자의 체중을 버티기엔 나무 기둥이 너무 얇다.  


두리번거리던 눈에 길 건너 편의 문화센터가 들어온다. 급하게 들어가서 사무실을 찾아본다. 주말이지만, 마침 일하는 이들이 있다.  


“무슨 일이세요?”


막상 그 질문에 답하려니 조금은 난감하지만…


“저기 그러니까.. 저기 앞에 나무에 새둥지가 있는데요… 아기 새 두 마리가 떨어져서… 어쩌고 저쩌고..”


토요일 아침에 오가기에 조금은 당황스러운 문답이 오고 간 뒤에,  마침  사다리가 있단다. 창고 한 켠에 있는 사다리가 그렇게 반갑기는 또 처음이다. 후다닥 들고 나오니, 그 사이에 아기새 한 마리가 없다. 날아갔단다. 그나마 조금 더 큰 녀석이 가까스로 날갯짓을 하더니 아파트 단지 안의 수풀 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미새는 여전히 주위를 맴돈다.  우선 사다리를 세우고, 둥지를 봤다. 조금 기운 듯하여 바로 잡아보려 해도 나뭇가지들 사이로 단단히 엉켜 들어 움직이기가 불안하다. 당최 둥지라는 걸 만져본 적이 없으니 혹여 부스러뜨릴까 조마조마하다. 조금이나마 바로잡고 내려와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기새를 기다리고 있던 여성분이 두 손으로 감아쥐어 전달해준다.

조심스레 다시 둥지에 올려놓고 보니 대뜸, 여성분이 다가와서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그게 왜 그분께서 감사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마음인 사람들 셋이 모였으니 그냥 웃고 만다.  


한 마리는 무사히 둥지에 올려두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날아간 한 마리가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마침 남성분이 그쪽 아파트의 주민인지 아파트의 정원을 계속 살펴본다. 어미새는 남은 아기새를 부르는 듯 지저귀지만, 어떻게 찾을 도리가 없다.  그렇게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어 사다리를 반납하고 돌아서는데,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오후에 마트를 갔다 오는 길에 굳이 지나지 않아도 될 길을 둘러 그 나무 앞을 지난다. 그동안은 신경 쓰지도 않고 지나가던 나무가, 있는지도 몰랐던 둥지가, 신경이 쓰여 가만히 올려다본다. 둥지는 그대로 있는데, 그 안에 새들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이 여름 내내 그러겠지. 지나가지 않아도 될 길을 부러 둘러 가고,  

비가 내리면 내내 걱정이 될 거고, 사라진 나머지 한 마리는 잘 있는지…  


그렇게 내내

마음이 쓰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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